2007년 네이버 질의응답 서비스 ‘지식인’에 고2 남학생이 올린 인생 고민 질문과 고3 여학생이 남긴 답변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2007년 7월 4일 지식인에는 “고2 남자인데요. 삶이 참 지루한데 재미있게 사는 법 없나요? 인생을 바꾸고 싶어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고2 남학생은 “친구들은 잘 놀고 하는 거 같은데 전 잘 안되네요. 왜 살까. 뭐가 하고 싶은지조차 알 수 없는 게 한심하네요”라며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2007년 고2 남학생 네티즌이 남긴 질문, 고3 여학생이 남긴 답변/네이버 지식인

이틀 뒤인 2007년 7월 6일, 고3 여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네티즌은 1살 동생인 질문자에게 장문의 답변을 남겼다.

“인생 재미있게 살려고 별 쇼 다해봤으나 진짜 재미있는 건 없더라고요. 재미 느껴 보려고 공부도 매진해서 100등 올려 봤는데 이것도 잠깐만 재미있고. 남자친구 생겨도 이것도 잠깐만 재미있고. 고2 때는 너무 재미 없어서 친구들도 안 사귀어보고 혼자 무념에 빠져서 학교를 어슬렁어슬렁 다녀봤는데 이건 약간만 재미있지 심심함이 더 컸고. 그냥 인생이 뭐 그렇죠. 재미를 느끼려면 밤 8~10시 사이 근처 공원에 츄리닝 같이 편하고 좀 나가 보이는 식의 옷을 입고 MP3 끼고 산책하면 기분 좋던데요. 재미있으라고 공부는 절대 하지 마세요. 비추. 공부는 그냥 일의 업종이지 이걸로 절대 휴식을 취해서도 안돼요. TV로도 시간 보내지 말고요. 삶이 지겹고 외로우면 그냥 그 자체로 즐기세요. 진짜 필요한 친구 1명만 사귀고 다 버리세요. 그리고 고독을 즐기세요. 고독 즐기는 것만큼 재미있는 건 없다고 봐요. 여행도 혼자 다니는 게 더 재미있고. 쓸쓸하면 쪽지하세요. 즐겁게는 못해드리지만 한풀이는 해드리죠 뭐”

그리고 2021년 11월 7일, 32세가 된 질문자가 14년 만에 이 답변을 채택했다. 그러면서 “죄송하네요. 질문을 남기고 지금 처음 봤어요. 하하. 답변 감사합니다. 지금 봐도 좋은 답변이네요”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감사 선물로 네이버 포인트 1만점도 보냈다.

현재 33세가 된 답변자도 응답했다. 답변자는 “질문자님 14년 만에 뵙네요. 오늘 10000포인트 들어와서 깜짝 놀랐어요. 커피 한잔 하라며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10000포인트를 쏠 수 있다는 건 질문자님에게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겠죠?”라고 말했다.

이어 질문자에게 “30대가 된 지금은 인생이 조금 더 재미있어졌을까요? 아니면 10대 때와는 또 다른 요소들로 고단함을 느끼고 계실까요?”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어떤 인생을 살고 계시든 그 인생 속 주인공인 질문자님의 선택은 항상 바른 곳을 향해 있을 거예요. 질문자님도 저도 앞으로도 노잼 시기가 한가득이겠지만 이날을 추억하며 즐겁게 웃어넘겨봐요. 당신의 30대를,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겠습니다”라며 질문자의 미래를 응원했다.

14년 뒤 30대가 된 질문자와 답변자의 댓글이 2007년 네이버 지식인 답변에 달렸다. /네이버 지식인

2007년 답변자의 따뜻한 위로, 14년 뒤 30대가 된 질문자와 답변자의 대화는 네티즌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네티즌들은 “내가 위로받는 기분이다”, “두 사람 모두 멋진 어른이 된 것 같다”, “가슴 뭉클하다. 그 시간을 버티고 살았다니”, “14년 뒤 대화라니. 이런 거 보면 인생 참 재미있다”, “인생이 그렇죠 뭐. 이 부분이 위로된다”, “영화 같다”, “두 분 모두 행복하길”, “답변자의 글은 14년 후에 봐도 너무 공감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