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2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 위즈파크를 찾은 유소년 야구 선수들이 신나게 환호하며 경기장을 달리고 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아이들이 마스크를 잠시 벗었다. 이곳은 올 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KT 위즈의 홈 구장이다. 축구·야구·배구·농구 등 4대 프로구단이 연고지를 둔 수원시에선 스포츠 인프라를 기반으로 지역 주민들의 생활 스포츠 활동이 확산하고 있다./장련성 기자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 위즈파크. 유니폼을 맞춰 입은 유소년 야구 선수 20여 명이 캐치볼을 하고 있었다. 타석에선 코치가 던져주는 공을 치는 타격 연습이 한창이었다. 이곳은 올 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KT 위즈의 홈 구장이다. 이영광 코치는 “프로 선수들이 실제 경기하는 구장에서 직접 뛰고 달리며 훈련하는 것이 어린 선수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 밤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선 지역 스포츠 클럽 ‘PEC’의 유소년 축구 선수들이 환한 조명 아래 패스와 드리블 훈련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빅버드’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프로축구 수원 삼성 블루윙즈 전용 구장 옆에 있는 보조 구장이다. 평소 국가대표 선수들이 연습 경기장으로 활용하는 장소다. 주은찬(11)군은 “앞으로 커서 ‘빅버드’에서 뛰는 프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4대 프로 스포츠 구단 연고지

수원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축구·야구·배구·농구 등 4대 프로 스포츠 구단이 연고지를 둔 기초자치단체다. 프로 구단의 스포츠 인프라를 기반으로 주민들의 생활 스포츠 활동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수원 FC와 수원 삼성 블루윙즈(축구), KT 위즈(야구), 수원 한국전력 빅스톰(남자 배구), 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여자 배구), KT 소닉붐(농구) 등 여섯 프로 구단이 북수원과 서수원, 광교 등에 뿌리를 내렸다. 월드컵경기장에는 인조 잔디 구장 2곳과 풋살 구장 6곳이 있다. 종합운동장은 야외 농구장 5곳과 리틀 야구장 1곳을 갖췄다. 서수원 경기장 주변에는 실외 농구장과 축구장 등이 있다.

수원시는 ‘도시 기본 계획’을 세우면서 스포츠를 통한 지역 발전을 추진했다. 각 구장을 복합 스포츠 단지로 조성해 거점으로 삼겠다는 복안이었다. 특히 프로 구단을 지역 경제와 스포츠 산업을 발전시킬 동력이라고 판단하고 시민과 함께 유치전에 나섰다. 프로야구 제10 구단을 끌어올 때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유치 연대를 만들고, 3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수원시는 470억원을 들여 도로와 대중교통 등 주변 인프라를 다졌고 야구장도 정비했다. 지난 2018년에는 서수원 일대 개발이 더디다고 판단, 우선적으로 체육 시설을 공급하며 프로 구단 유치의 발판을 닦았다. 이는 부산에 있던 KT 소닉붐 농구단을 지난 9월 유치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11월 22일 밤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 구장에서 유소년 축구 선수들이 환한 조명 아래 공을 다루며 몸을 풀고 있다./장련성 기자

◇프로 구장에서 커가는 풀뿌리 생활 체육

수원에선 4대 주요 종목을 기반으로 시민들의 생활 체육 활동을 활성화하고 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매년 지역 동호회 축구 대회가 수시로 열린다. 최근 2년간 코로나 사태로 운영을 중단했지만,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으로 내년부터 재개할 방침이다. ‘블루윙즈 컵’은 중년·장년·노년 등 연령과 지역을 기준으로 다양한 팀이 참가해 기량을 겨루는 조기축구회 대항전이다. 초·중·고교 대항전도 열린다. 강상묵 수원교육지원청 장학사는 “축구를 좋아하는 지역 청소년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대회”라며 “규칙을 지키며 승리라는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간다는 점에서 교육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KT 투수 신범준(19) 선수는 “어린 시절 KT 야구장에 놀러 와 선수들과 대화한 기억이 있다”며 “수원은 동네마다 야구를 즐길 여건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이른바 ‘비인기 종목’ 활성화에도 나섰다. 전국 최초로 만든 수원선수촌은 체조나 필드하키 등 비인기 종목 선수를 위한 합숙소다. 이와 함께 최근 10년 동안 1200억원을 투입해 공공 체육 시설 16곳을 새로 만들었다. 현재 체육 시설 총 53곳을 운영한다. 15종목의 생활 체육 지도자를 배치해 동네에서 쉽게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수원 지역 스포츠 동호회는 1100여 곳으로, 5만3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경기장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하는 효과도 보고 있다. 실제 KT 위즈파크가 있는 북수원 일대는 식당 매출이 늘어나는 등 낙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용준 수원시정연구원 박사는 “프로 구단이 활동하면 경기장에 사람이 몰리고, 주변에 돈을 뿌리며 상권이 살아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명실상부한 스포츠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