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1708m) 관할권을 놓고 최근 강원도 속초시와 양양군, 인제군 등 3개 시·군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설악의 상징’을 뺏고 지키려는 다툼이다. 그 와중에 대한불교 조계종도 “대청봉 일대 토지를 소유한 사찰을 배제한 지자체의 무의미한 논쟁을 중단하라”며 강한 유감을 밝혔다.

<YONHAP PHOTO-2096> 꽁꽁 얼어붙은 대청봉 (속초=연합뉴스) 설악산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 12일 대청봉 일대가 꽁꽁 얼어붙은 모습을 하고 있다. 2021.11.12 [독자 제공ㆍ재판매 및 DB 금지] momo@yna.co.kr/2021-11-12 14:05:21/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조계종은 지난 24일 이 사안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대청봉의 상징성을 활용하기 위해 지자체 간에 벌어지는 경계 정정과 같은 비이성적, 비상식적 논란에 개탄한다”며 “토지 소유주인 신흥사의 의견을 철저히 배제한 채 벌어지는 다툼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논란은 지난 10월 인제군이 “일제 강점기 제작된 국유림경계도를 발견해 검토한 결과 인제·속초·양양 등 3개 시·군이 대청봉 정상 표지석 부지를 공동 점유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지적 경계선을 직권으로 정정하면서 불거졌다. 인제군은 이를 통해 속초시 관할이던 대청봉 정상 표지석 일대 1091㎡를 자신의 관할로 편입했다. 이에 따라 해당 부지는 ‘속초시 설악동 산41 번지’에 이어 ‘인제군 북면 용대리 산 12-21번지’라는 두 주소를 갖게 됐다.

대청봉 정상 표지석 일대는 속초와 양양의 경계가 맞닿아 있었다. 이곳을 기점으로 속초시 관할인 ‘설악동 산 41번지’(2383만여㎡·약 720만평)가 1971년 소유권 보존 등기를 통해 신흥사 소유가 됐다. 양양 관할인 ‘서면 오색리 산1번지’(2276만여㎡·약 605만평)는 산림청이 소유하고 있다. 인제군은 그중 속초시가 관할하던 대청봉 부지 일부에 대한 직권 정정을 통해 관할권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속초와 양양은 “인제군의 최근 직권 정정은 무효”라며 원상 회복을 요구한 상태다. 토지 소유자(신흥사)와 협의나 승낙 없이 진행된 경계 정정이며, 인제군이 내세우는 국유림경계도는 법적으로 인정받은 문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원상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행정심판으로 갈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인제군은 “충분한 검토 끝에 내린 결과”라고 했다. 강원도는 인제군에 대해 감사를 벌여 이번 문제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지자체 경계를 정정하는 권한은 해당 지자체 장에게 있고, 인접하는 지자체 사이에 다툼이 발생하면 행정심판과 소송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조계종은 이번 논란에 대해 “지자체 간 갈등을 통해 어떤 결론이 난다고 해도 (신흥사와 무관하게 진행돼) 불법이고 무효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청봉을 둘러싼 3개 지자체 갈등은 이전에도 있었다. 2016년에 양양군이 서면을 대청봉면으로 명칭 변경을 추진했지만, 속초와 인제가 반발하자 철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