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66·포천도시공사 사장)이 10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씨는 이날 새벽 2시쯤 유서를 남기고 경기도 고양시 자택을 나섰으며, 경찰은 오전 4시 10분쯤 가족으로부터 유씨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집을 나갔다는 내용의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 수색을 벌여왔다.
경기 일산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0분쯤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단지 화단에 유 전 본부장이 추락해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발견된 장소는 유씨의 자택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으로, 경찰은 방범카메라(CCTV)에서 유씨가 이 아파트로 올라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포천도시공사 사장인 유씨는 전날 사직서를 비서실 직원에게 맡기고 퇴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씨는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퇴직한 뒤 2019년 1월 포천도시공사 전신인 포천시설공단 이사장으로 채용됐으며, 그해 6월 출범한 포천도시공사 초대 사장으로 부임했다. 유씨의 사장 임기는 다음달 7일 종료 예정이었다.
이에 앞서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전날 유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씨는 2014년 8월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48) 변호사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53) 회계사로부터 한강유역환경청 로비 명목으로 2억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는 14일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번 불행한 일에 대하여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구속영장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의 사퇴에도 개입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앞서 황 전 사장이 공개한 두 사람 간의 녹취록에서 유 전 본부장은 유동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 실장(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 등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며 사퇴를 독촉하고 황 전 사장이 불쾌감을 드러내자 “시장님(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명을 받아서 한 거 아닙니까. 시장님 이야기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 ‘윗선’과 연결 고리로 지목됐고, 최근 검찰 수사로 압박을 받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