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경기 성남시 백현동의 이른바 ‘옹벽아파트’에 대해 성남시가 안전 문제를 이유로 사용 승인(준공) 검사 신청을 반려한 조치에 대해 적법한 행정절차라고 판단했다. 성남시는 지난 6월 이 아파트의 옹벽과 맞닿아 있는 커뮤니티 센터(지하 2층, 지상 3층)에 대해 안전성 문제를 이유로 사용 승인 검사를 보류했다.

경기 성남시 백현동의 이른바 ‘옹벽아파트’의 모습. 건물 왼쪽으로 길이 300m, 최대 높이 50m에 이르는 옹벽이 보인다. 지난 11월 국민의힘 의원들이 현장에서 옹벽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왼쪽 작은 사진은 옹벽과 접한 이 아파트 단지의 커뮤니티센터의 모습이다. 법원은 23일 성남시가 안전 문제를 감안해 이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를 사용하지 못 하게 한 조치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국회사진기자단

수원지법 행정1부(재판장 정덕수)는 23일 이 아파트 시행사 ‘성남알앤디PFV’가 성남시장을 상대로 사용 승인 검사 신청을 반려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성남시의 처분은 시행사가 옹벽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시간 계측 대책, 위험 발생 시 위험 전파 시스템 구축 등의 보완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성남시가 사용 승인 검사 신청을 반려한 것은 적법하다”고 했다.

논란이 된 이 아파트는 15개 동 1223가구 규모로, 지난 6월 입주가 시작됐고 현재 80% 이상 주민이 입주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파트를 둘러싼 옹벽 길이가 300m에 최대 높이 50m에 달해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감사원 공익 감사가 청구되기도 했다.

옹벽과 접한 이 아파트 단지의 커뮤니티센터의 모습이다. 법원은 23일 성남시가 안전 문제를 감안해 이 아파트 커뮤니티센터를 사용하지 못 하게 한 조치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유종헌 기자

시행사는 지난 5월 17일 이 아파트 전체에 대한 사용 승인 검사 신청을 했는데 성남시는 6월 9일 아파트 전체가 아닌 동별 사용 승인만 해줬다. 당시 성남시는 옹벽과 붙은 커뮤니티 센터에 대해서는 안전성 문제를 들어 검사를 보류하고 한국지반공학회와 대한건축학회의 안전성 검사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시행사에 요구했다. 커뮤니티 센터는 사우나, 도서관, 카페 등을 갖추고 있다. 이에 시행사는 6월 15일 “단지 전체가 아닌 동별 사용 승인만 해주는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시행사는 소송과 별도로 8월 4일 다시 한번 사용 승인 검사를 신청하면서 대한건축학회 보고서만 내고 한국지반공학회 보고서는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성남시는 9월 14일 사용 승인 검사 신청을 재차 반려했다.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 못 하게 된 주민들은 불만을 표출했다. 이날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민 김모(43)씨는 “입주도 했는데 옹벽 옆 아파트는 괜찮고 커뮤니티 센터는 문제라 지적하는 성남시 행정이 이상하다”며 “주민들 상당수가 커뮤니티 센터 이용을 못 하는 것을 이해 못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커뮤니티 센터 인근에서 만난 민모(62)씨는 “아파트 다른 동이나 커뮤니티 센터나 옹벽과의 거리는 별 차이가 나지 않는데, 왜 다른 동은 사용 승인이 나는데 커뮤니티 센터는 안 나는지 모르겠다”면서 “이용하지도 못하는 건물 때문에 토지 등기가 안 돼 찜찜하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 전체에 대한 사용 승인이 나지 않으면 토지에 대한 보존등기가 되지 않는다.

이 아파트는 2015년 2월부터 사업이 진행됐는데 이 과정에서 성남시가 4단계 종 상향(자연녹지→준주거) 등을 해주면서 특혜 의혹 논란도 있었다. 아파트 부지 11만1265㎡는 전북 완주군으로 이전한 한국식품연구원 소유였으며, 2015년 2월 부동산개발회사인 아시아디벨로퍼(성남알앤디PFV의 최대 주주) 등에 매각된 뒤 자연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됐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였다. 당초 성남시는 종 상향의 조건으로 이곳에 100% 임대주택을 공급할 것을 내걸었는데, 2015년 11월 민간임대가 123가구(10%)로 줄고 분양주택이 1100가구(90%)로 대폭 늘어난 것도 논란이 됐다. 이 과정에서 시행사는 약 3000억원의 분양 수익을 냈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선 “성남시가 용도 변경까지 해서 아파트를 짓게 해주고 이제 와서 사용 승인을 내주지 않는 등 원칙 없는 행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야권 등에선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활동한 김인섭씨가 2015년 1월 사업에 합류한 뒤 급속히 사업이 진척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감사원은 지난 1일부터 22일까지 해당 아파트의 용도 변경 등 특혜 의혹 전반에 대해 감사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