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오페라하우스의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

국내 유일의 오페라 전용 극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변신을 시도한다. 한 해 동안 공연할 작품을 미리 알려주는 오페라 레퍼토리 시즌제를 도입해 일관된 기획으로 극장을 꾸려나가게 되는 것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올해부터 오페라 레퍼토리 시즌제를 도입한다고 4일 밝혔다. ‘시즌제’는 한 해 동안의 오페라 공연 일정을 미리 구성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는 극장이 안정된 제작시스템을 갖추고 명확한 비전을 품었을 때 가능한 제도라고 한다.

한 해를 관통하는 일관된 기획 의도 아래 훌륭한 작품을 제작하고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것으로, 관객들에게도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공유함으로써 사전에 관람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3년 8월 개관한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올해로 개관 19년을 맞는 만큼 오페라 레퍼토리 시즌제를 도입할만한 충분한 역량을 갖추었다는 자체 평가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올해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공연할 베르디의 '아이다' 공연 장면. /대구오페라하우스

외국의 유명 오페라단에서는 레퍼토리 시즌제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국립오페라단이 2015/16년 시즌부터 오페라 레터토리 시즌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오페라 전용극장으로서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국내 최초인 셈이다.

시즌제에 따라 올해 공연할 레퍼토리는 모두 6편으로 정해졌다.

먼저 요한 스트라우스의 ‘박쥐’가 1월20일부터 22일까지 모두 6회 공연된다. 이어 모차르트의 ‘마술피리’가 4월8일부터 30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걸쳐 모두 8회 공연된다.

베르디의 ‘아이다’는 5월23일부터 28일까지 6회, 훔퍼딩크의 ‘헨젤과 그레텔’이 7월22일과 23일, 27일부터 30일까지 모두 6회,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가 8월26일과 27일, 9월1일부터 3일까지 모두 6회, 크리스마스 전에 즐겨찾는 푸치니의 ‘라 보엠’이 12월21일부터 24일까지 4회 등이 예정돼 있다.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오페라에서부터 세계의 오페라팬들이 사랑하는 인기오페라, 애호가들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작품들까지 골고루 분포돼 있다.

이중 ‘아이다’의 경우에는 내년에 대구에서 열리는 ‘제28회 세계가스총회’ 개최시기에 맞춰 준비해 대구를 찾게 될 외국의 주요 인사들에게 문화예술도시 대구의 명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처음 선보이는 시즌제의 운영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작품당 공연 횟수가 각각 6회에서 8회까지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는 공연예술의 여러 장르 가운데서도 가장 관객층이 엷은 오페라 공연의 특성에 비춰보면 과감한 시도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매 작품마다 맛보기 형식으로 전문가의 해설을 더한 마티네 공연까지 준비해 수요자를 위한 공연서비스도 보강할 수 있게 됐다.

한편 매년 열고 있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9월21일~11월12일)의 올해 공연 레퍼토리도 윤곽이 나왔다. 올해부터 매년 유네스코음악창의도시들과의 오페라교류를 매 해 진행할 예정이다. 그 첫순서로 유네스코창의음악도시의 의장도시인 독일 만하임의 만하임국립극장이 함께 한다.

공연 작품은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10월19일~22일) 4부작 전작이다.

정식 공연에 총 16시간이 걸리는 대작이어서 벌써부터 바그너 오페라를 사랑하는 ‘바그너리안’들에게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 빅뉴스다.

그밖에 윤이상의 ‘심청’,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푸치니의 ‘투란도트’가 공연될 예정이다.

박인건 대구오페라하우스 대표는 “어려운 시기라고 해서 움추러들기보다는 더욱 힘을 내서 도약하고 발전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더 많은 공연을 촘촘하게 준비함으로써 시민 누구나 즐겨 찾는 극장으로, 또 더 많은 예술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극장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