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보복을 피해 한국으로 온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391명 중 약 40%인 157명이 울산 동구에 정착하자 인근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법무부와 지자체가 주민 의견수렴도 없이 지난 3일에야 이 같은 결정을 통보했다며 이들의 분산 거주를 요구하고 있다.
8일 울산시와 동구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한국에 들어온 특별기여자 391명 중 29가구 157명이 여수에서 한국 정착 교육을 마치고 지난 7일부터 동구 서부동에 정착했다.
이들 가구의 가장 29명은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의 협력업체에서 일하기로 했다. 이들의 울산행은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취업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 특별기여자 중 64명이 초·중·고생이란 점에서 시작됐다. 이중 25명이 초등학생으로, 근거리 배정원칙에 따라 인근 서부초등학교로 배정될 수 있단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면서 학부모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다. 지난 6일엔 학부모들이 서부초 운동장에서 집단배치를 막아달라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울산시 홈페이지 시민제안 코너에 글을 남긴 한 주민은 “서부초는 내년 입주예정인 대단지 아파트 탓에 1학년 신입생 학급만 8학급에 달하는 과밀학급 상태”라며 아이들의 학습권 침해를 우려했다. 이 주민은 “아이들이 그들이 가진 종교, 사상, 문화를 아무것도 모른채 흡수할까 우려된다”고도 했다. 이글엔 8일 오전 11시 30분 현재 2952명이 공감했고 댓글은 1213개가 달렸다. 이날도 “걱정에 잠을 이룰 수 없다” “시민 합의 없는 난민수용 반대한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반대로 “이들은 난민이 아니다. 아프칸에 우리나라 평화유지군이 갔을 때 목숨걸고 도와준 특별기여자다. 이들이 잘 정착하도록 도와주는 게 우리의 미덕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전날 시민단체 울산시민연대도 논평을 통해 “초등학생 친구들을 떨어뜨려 놓자는 참혹한 주장에 반성과 부끄러움을 가진다”며 “아프간 가족을 따뜻하게 환영하는 이들이 더 크고 많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들의 집단 거주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엔 8일 현재 1만15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대한민국 국적 시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내가 사는 동네에 이슬람 종교를 가진 난민이 무리지어 한 건물에 살게 되는 걸 이틀전 알게 됐다”며 “집단 거주를 허용해 몇 년 뒤 타국에서 일어난 일이 우리에겐 없을 거라고 보장하느냐”고 썼다. 그러면서 “난민 생계 보장을 고민하기전에 그 비용을 세금으로 내는 시민들의 치안과 안전을 먼저 보장해달라”며 거주지 분배와 취업 분배를 요구했다.
주민 반발이 이어지자 동구는 지난 7일 이들에 대한 환영식을 취소했다. 동구의회에서도 같은 날 비공개로 열린 임시회에서 한 의원이 “아프간인들이 한국어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바로 일반 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현대중공업이 운영 중인 현대외국인학교 등에서 사전 교육을 받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동구 역시 이에 대해 검토하겠단 입장을 내놨다.
울산시교육청은 부교육감을 단장으로 TF팀을 구성해 이들의 학교배치 방안과 지원방안 검토에 나섰다. 통상 학교배치는 근거리 배정원칙에 따라 이뤄지지만 이번 사안은 특수한 만큼 주민과 학교 구성원 의견을 참고할 계획이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주 중으로 학부모, 교사 등 학교 구성원들과 면담을 갖고 학교 배치를 어떻게 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