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지어 유영하는 남방큰돌고래. 2018년 9월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제주도 서부해역(서귀포시 대정읍) 연안에서 남방큰돌고래가 정착해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멸종 위기에 처한 제주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해 ‘생태 법인’이라는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제주 남방큰돌고래 보호와 생태법인’ 입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선 멸종 위기에 처한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생태법인(Eco Legal Person)’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생태법인’은 기업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처럼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비인간 존재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법률 제도다. 지난 2017년 뉴질랜드 의회가 원주민 마우리족의 삶의 터전인 환가누이강 보호를 위해 법인 지위를 부여하는 법률을 만들기도 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주 바다에 정착해 살고있는 남방큰돌고래는 2019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적색목록상 ‘준 위협종’으로 분류했다. 이는 남방큰돌고래가 멸종 위기 직전의 상태, 또는 보호조치가 중단될 경우 멸종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과거 제주도 전역에서 1000마리 이상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현재 약 120여 마리만 관찰되고 있다.

현재 남방큰돌고래 서식 환경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는 우선 해양쓰레기로 인한 서식지 오염이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폐어구나 해양 쓰레기에 지느러미나 꼬리가 잘려 고통스럽게 죽어간 남방큰돌고래가 적지 않고, 구강암에 걸린 남방큰돌고래도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에 관광선박이 접근해 있다./핫핑크돌핀스

쉴 새 없이 오가는 남방큰돌고래 관광선도 서식환경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남방큰돌고래가 자주 나타나는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엔 하루 20여차례 관광선이 운항중이다.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최근 남방큰돌고래를 보려는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1년 전보다 관광선 숫자가 3배 가까이 늘었다.

이 단체는 “관광객들을 태운 관광선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남방큰돌고래를 쫓아다니면서 남방큰돌고래가 유영을 거칠게 하는 이상 행동을 보이고 먹이 활동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해양수산부가 지난 2017년부터 고래 보호를 위해 돌고래 무리 50미터 이내 접근을 금지시켰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했다.

또 이 단체는 남방큰돌고래를 가장 위협하는 요소로 제주해안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해상 풍력발전기를 꼽고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돌고래는 음파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지형을 파악하는데, 해상풍력발전단지 공사 소음과 공사 선박 운항 때문에 이 모든 게 불가능해진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남방큰돌고래 보호 정책토론회를 주최한 오영훈 의원(민주당)은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오랜 시간 제주 바다에서 제주도민과 공생의 삶을 이어오고 있는 소중한 자연 공동체”라며 “기후위기 시대에 해양오염과 무분별한 생태계 훼손으로부터, 멸종 위기에 처한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할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