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1시쯤 영덕읍 화수리 화림산 정상 부근에서 영덕군청 진화대가 열화상드론으로 확인된 좌표를 찾아 잔불을 진화하고 있다. /영덕군

대형 산불은 화재지역이 넓고 신속한 인력 이동이 어려운데다 야간에는 헬기 운용도 불가능하다. 주불이 진압되더라도 요즘처럼 강풍과 건조한 날씨일 경우 재발화 가능성도 높다.

최근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대형 산불을 겪은 경북 영덕군이 열화상 감지 드론을 활용해 산불 확산 방지 차원의 성과를 올려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경북 영덕군 영덕읍 구미리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영덕군청 ‘열화상 드론팀’이 감지해 진화중이다. /영덕군

지난 16일 오전 2시쯤 경북 영덕군 영덕읍 구미리 한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불은 같은 날 오후 12시45분쯤 재발화 되면서 위기 상황을 겪었으나 산불 발생 36시간 만인 17일 오후 2시, 400ha를 태운 뒤 주불이 진화됐다.

그러나 당시 영덕군 일대는 초속 8~10m의 강풍과 건조주의보까지 겹쳐 언제라도 산불이 재발할 수 있었다. 영덕군에게 믿을 곳은 딱 한 군데 있었다. 바로 군 소속 ‘열화상 감지 드론팀’이었다.

20일 오전 7시쯤 영덕읍 화천리 화림산 일대에서 영덕군 열화상 감지 드론이 촬영한 장면. 붉은 원 안은 불씨. /영덕군

80% 이상이 산지(山地)인 영덕군은 지난 2019년 10월 처음으로 산불 진화용 열화상 감지 드론팀을 운영해 왔다. 드론팀은 군청 홍보팀 소속으로 모두 5명이다. 드론을 직접 조정하는 공무원의 경우 영덕 산불 이후 하루 17시간 이상 현장에서 활동한다. 현행법상 고도 제한(150m)이 있어 주로 야간에 추위와 사투를 벌이며 산 정상에 올라 드론을 조정해야 한다.

산불이 발생한지 사흘이 지난 18일 새벽 2시쯤, 김형철(46) 영덕군청 드론담당은 도보 순찰이 어려운 산악지형에 대해 열감지를 하던 중 깜짝 놀랐다. 영덕읍 화수리와 화천리에 걸쳐 있는 화림산(해발 348m) 정상 동편 1km 지점에서 110도가 넘는 온도를 감지한 것이다.

순찰조가 즉시 신속히 투입돼 확인한 결과,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타다 남은 나무 둥치 속에서 불씨가 숯불처럼 타고 있는 아찔한 상황을 발견했다. 김씨는 “당시 조기에 수습하지 않았다면 또다시 대형 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며 “가끔 열화상감지 드론에 고라니, 멧돼지 등 움직이지 않는 야생동물이 감지돼 오인 출동도 있지만 잔불 발견 사례가 더 많다”고 말했다.

영덕군이 산불이 발생한 이후 지난 16일~20일까지 5일간 잔불을 확인한 사례는 총 22건이다. 이 중 인력을 동원해 육안으로 발견한 경우는 7건, 나머지 15건은 모두 드론팀이 발견했다.

이희진 영덕군수는 “평소 산불에 대비해 드론 전문가를 채용하고 각종 시뮬레이션을 통해 산불 감시·예찰에 최적화된 시스템 구축으로 상시 운용할 수 있도록 체계화했다”며 “드론과 같은 첨단기술을 기존 산불진화 및 감시 체계와 연계하는 시스템을 더 확대해 적용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형 산불 확산 방지 차원에서 영덕군의 사례가 높이 평가되자 경북도는 열화상 드론 보급을 23개 시군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 열화상드론을 이용한 산불감시 체계를 갖춘 지자체는 영덕을 포함해 포항과 칠곡 등 3곳에 불과하고 대부분 육안으로 확인하는 수준”이라며 “광범위한 산불발생 지역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도내 시군 전체로 확대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