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경찰청 전경. /광주경찰청

광주광역시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과 하청업체, 감리 등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인재(人災)인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현산이 현장 품질관리자를 겸직 발령하는 방법으로 기준보다 부족하게 배치한 정황을 잡고 본사의 부실공사 책임 여부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광주경찰청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는 28일 검찰·고용노동부와 함께 진행해온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건설사고조사위원회 등 전문기관 감정과 압수 자료 분석 결과, 붕괴 원인은 세 가지로 지목됐다.

구조검토 없이 39층 바닥 면 시공법을 데크플레이트 방식(특수 패널을 거푸집 대신 설치해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공법·지지대 불필요)으로 변경해 콘크리트 지지대 추가 설치로 하중을 증가시켰고, 아래 3개 층(36~38층) 지지대(동바리) 미설치로 지지력이 약해졌다. 또 품질관리 미흡으로 아래층 콘크리트가 적정 강도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타설이 완료된 39층 바닥이 1차 붕괴된 후 23층까지 모두 16개 층이 연쇄 붕괴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수사 결과, 붕괴 사고는 시공사와 하도급업체, 감리 등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산 현장소장 등은 구조검토 없이 하도급업체가 데크플레이트 공법으로 변경해 시공하게 했고, 콘크리트 타설층 아래 3개 층에 지지대 설치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품질관리자는 레미콘 업체의 콘크리트 품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지적했다.

하청업체 현장소장 등은 구조 검토나 콘크리트 압축강도 시험 없이 공사를 진행 중인 건물의 동바리를 해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공법을 임의로 변경해 콘크리트 지지대를 설치해 하중을 크게 증가시켰으며, 혹한의 날씨에 콘크리트 적정 양생을 위한 품질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도 드러났다.

감리는 시공방법이 변경돼 콘크리트 지지대를 설치하는 공사 진행을 묵인했고, 콘크리트 타설층 아래 3개 층 동바리 설치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콘크리트 품질 시험을 직접 하지 않은 채 타설을 승인하는 등 공사 전반에 걸쳐 감리자로서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구조적 불법 행위도 드러났다. 하도급업체가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불법 재하도급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아파트 부지매입 과정에서 미등기 전매를 통한 양도세 포탈 사실도 드러났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민원 처리와 인·허가 과정 등의 문제점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광주서구청 공무원 1명을 입건해 공사 업체와의 유착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현재까지 붕괴사고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현산 관계자 8명과 하도급업체 5명, 감리 3명, 공무원 1명 등 모두 20명을 입건했다. 이들 가운데 현산 관계자 3명과 하도급업체 2명, 감리 1명 등 6명은 구속됐다.

붕괴 사고의 직접적인 과실 책임자에 대한 수사를 일단락한 경찰은 현산 본사의 안전관리 미흡 등 부실 책임 여부에 대해 수사를 이어간다.

특히 현산이 현장사무소에 필수 인력을 제대로 배치하지 않은 정황을 파악, 수사 중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사고 아파트 1·2단지 현장에는 단지 별로 각각 3명씩의 품질관리자를 뒀지만, 배치된 6명 가운데 5명은 겸직 발령을 통해 다른 업무를 맡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품질관리자 1명이 6명의 업무를 도맡은 셈이 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실제로 품질관리자는 경찰에서 “혼자서 (품질관리)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산의 부족한 인력 배치가 공사 전반의 품질관리 부실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대표 등을 불러 본사 관계자들의 과실 책임 유무를 따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