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성남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전직 비서관이 2018년 당시 은 시장이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던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수사 자료를 얻은 대가로 부정 청탁을 들어준 것은 사실이라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29일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은 시장의 뇌물공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4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 전 비서관은 이같이 밝혔다. 이씨는 “내가 성남중원경찰서 김모 전 경감으로부터 취득한 수사 기밀 자료를 박모 전 (성남시장) 정책보좌관에게 보고하면 박씨는 시장에게 보고하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그는 “박씨가 경찰관의 인사 청탁 등에 대해 시장에게 보고하니 처음에는 은 시장이 ‘말도 안 된다’며 화를 냈으나, 며칠 뒤 박씨에게 ‘가급적 경찰관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지시했다고 박씨에게 들었다”며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을 확인했다. 이씨는 2018년 9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은 시장 비서관으로 근무했으며, 은 시장 관련 비리를 국민권익위에 공익제보한 인물이다.
은 시장은 박모(구속 기소) 전 정책보좌관과 공모해 2018년 10월 김 전 경감으로부터 수사 기밀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 직권을 남용해 김 전 경감 지인의 6급 팀장 보직, 김 전 경감이 요구하는 업체와 성남시 납품 계약 체결 등의 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경감은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은 시장은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박씨로부터 휴가비, 출장비, 명절 선물 등의 명목으로 467만원 상당의 현금과 와인 등을 받은 혐의(뇌물 수수)도 받고 있다.
이씨는 “박씨가 은 시장이 국외 출장을 가기 전 현금 200만원을 마련해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수행 비서들이 은 시장을 수행하면서 업무추진비 외에 사비를 지출하자 (박씨가) 2018년부터 15개월간 수행 비서들에게 매달 100만원씩 현금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2018년 추석 명절과 생일 때 40만원짜리 와인 등을 사서 수행 비서를 통해 은 시장에게 전달했다”며 “와인을 되돌려 받은 적은 없었기 때문에 시장에게 와인이 잘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은 검찰의 요청으로 피고인석과 증인석 사이에 폭 약 3.5m, 높이 2m 크기의 가림막이 설치돼 은 시장과 이 전 비서관은 대면하지 않았다. 은 시장은 지난 1차 공판에서 “경찰관들의 부정한 청탁과 관련한 보고를 받은 적도, 지시한 적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박 전 보좌관은 혐의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