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국내 1호 영리병원을 허가할 당시 내걸었던 ‘내국인 진료 금지’ 조건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행정1부(김정숙 수석부장판사)는 5일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제주도가 허가 당시 내건 조건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위법하다”며 “피고가 원고에게 제시한 조건을 취소한다”고 했다. 녹지제주가 설립한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2018년 12월 제주도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에 들어설 당시 제주도가 허가 조건으로 내세운 ‘외국인 관광객만 진료를 허용한다’는 내용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영리병원의 근거가 되는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의 규정은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에 대해서도 진료 허용을 전제로 외국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는 것이 입법 취지”라고 했다.
녹지제주 관계자는 “제주도의 부당한 허가 조건으로 병원 문을 열어보지도 못했다”며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액만 800억원이 넘는다. 이에 대한 손해배상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리병원은 외국인 투자 비율이 전체의 50% 이상이어야 설립이 가능하고, 국민건강보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제주특별자치도와 경제자유구역을 제외하고 영리병원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중국 뤼디(綠地)그룹의 국내 법인인 녹지제주는 2015년 12월 정부 승인을 받고, 2017년 8월 제주도에 녹지병원 개설 허가를 신청했다. 이후 2018년 12월 제주도가 ‘내국인 진료 금지’ 조건을 달아 개설을 허가했다. 이에 녹지제주는 2019년 2월 내국인 진료 금지 조건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