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1 지방선거 대전시장 선거에서 새 야구장 건립을 위한 한밭종합운동장 철거 문제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허태정(57) 시장은 새 야구장 건립을 위해 기존 한밭종합운동장 철거를 추진 중이다. 반면 다른 시장 예비후보들은 “한밭종합운동장 철거에 따른 피해 최소화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새 야구장을 짓는 데 반대한다”고 맞서면서 찬반 논쟁이 뜨겁다.
대전에 있는 전용 야구장은 중구 부사동에 있는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전용 구장 하나뿐이다. 1964년 개장한 이 야구장은 문을 연 지 58년이 지나 시설이 매우 낡았다. 이에 새 야구장인 ‘베이스볼 드림파크’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허 시장의 민선 7기 주요 공약이었다. 허 시장 취임 후 기존 야구장 바로 옆에 있는 한밭종합운동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1579억원을 들여 연면적 5만2100㎡, 관람석 2만2000석,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 야구장을 신축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전시는 새 야구장을 2024년 말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다른 예비후보들은 “육상 경기장 등으로 활용되던 한밭종합운동장을 덜컥 철거하고 야구장 신축만 서두르겠다는 것은 문제”라며 반대하고 있다. 한밭종합운동장 철거에 따른 후속 대책을 충분히 마련한 뒤 단계적으로 철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이장우(57) 전 국회의원은 “졸속으로 한밭운동장을 철거하려는 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베이스볼 드림파크 조성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같은 당 정용기(60) 전 국회의원, 박성효(67) 전 대전시장, 장동혁(53) 전 대전시당위원장도 한밭종합운동장 철거를 비판하고 있다. 허 시장과 같은 민주당 소속 장종태(69) 전 서구청장도 “종합적인 철거 후 대책 없이 대전 유일의 종합운동장을 철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허 시장은 야구장 신축을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허 시장은 지난 10일 한화-KT전이 열린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찾아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박찬혁 한화이글스 대표와 야구장 신축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허구연 총재는 지난달 29일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대전 야구장 신축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데 구단이 떠나면 팬들이 얼마나 화를 내는지, 정치인들이 얼마나 타격을 입게 되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허 시장은 이와 관련해 “한화 연고지를 이전하겠다는 게 아니라 야구장 신축을 정상 추진해주길 바라고, 정치적 이유로 반대하면 안 된다는 뜻”이라며 “한화 측도 연고지 이전 의사가 없다”고 했다. 야구장 신축은 서남부 종합 스포츠타운 조성, 2027 세계대학경기대회 유치와 연계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새 야구장은 야구 사랑이 뜨거운 시민과 한 약속인 만큼 2025년 3월 개장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전시장 선거에선 민선 1·2기 홍선기 시장 이후 연임한 시장이 없었다. 이번에도 현직 시장의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3월 대선 개표 결과, 대전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3.1%포인트로 크지 않았다. 하지만 윤 후보가 대전 5개 구에서 모두 승리했다. 보수 정당 후보가 대전 전역에서 우세를 보인 것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이후 처음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지역 민심이 여야 한쪽으로 크게 쏠리지 않은 상황에서 야구장 신축 문제 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민심도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예비후보들이 이런 부분을 파고들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대전시장 선거에 민주당에선 재선 도전 의사를 비친 허 시장과 ‘선수 교체론’을 앞세운 장종태 전 서구청장 등 2명이 경쟁한다.
국민의힘에선 이장우·정용기 전 국회의원, 정상철 전 충남대 총장, 박성효 전 시장, 장동혁 전 대전시당위원장 등 5명이 예비 후보로 등록했다. 지난 12일 공천관리위원회가 정용기, 이장우, 정상철 등 3명으로 압축했고, 이들 중 경선을 거쳐 최종 후보를 정한다. 인지도가 높은 박성효 전 시장이 중앙당의 ‘동일 선거구 3번 낙선자 공천 배제’ 원칙에 따라 탈락하면서 국민의힘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하다. 박 전 시장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느냐가 판세에 영향을 줄 변수로 꼽힌다. 박상래(63) 국민의당 대전시당 부위원장도 예비후보로 나섰지만 국민의힘과 후보 단일화가 예상된다. 정의당도 후보를 내지 않아 이번 선거는 여야 양자 대결 구도가 예상된다.
최진혁 충남대 도시자치융합학과 교수는 14일 “유권자들이 지방 권력을 교체할지 여부는 신구 권력 간 갈등뿐 아니라 지자체의 주요 시책에 대한 민심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