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말과 일제강점기 시절 근대 서예계의 거두인 석재 서병오 선생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업적을 이어가기 위해 2012년 9월 대구에서 출범한 ‘석재 서병오 기념사업회’(회장 김진혁·이하 기념사업회). 올해로 출범 10년을 맞는 단체로 성장했다. 특히 올해는 석재가 창립한 ‘교남시서학회’가 1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기념사업회는 교남시서학회 100주년을 맞아 ‘2022 석재문화상’ 수상자로 고(故) 산정 서세옥 화백, 청년작가상 수상자로 몽무 최재석 현대서예가를 각각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또 특별상인 ‘석재 예술공로상’ 수상자로는 김봉규 영남일보 전문기자를 선정했다.
2020년 11월에 별세한 서세옥 화백은 1929년 대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서예와 한학을 시작했다. 1946년 1회 국전에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면서 서화계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해방 후 현대 한국화의 개척자로서 문인화에 현대 한국화의 접목을 통해 현대미술계를 이끌어 왔다. 26세에 서울대 교수로 임용돼 40년간 후진양성과 작가로서 역량을 펼쳐오면서 한국미술의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는 평소 작가노트에서 “영원성과 절대미를 표현하기 위해 최소한의 점과 선으로 텍스트를 담아야 한다”고 했다. 즉 최소한의 획과 내용으로 절제된 동양 정신을 추구했던 것이다. 사후인 2020년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청년작가상 수상자인 몽무 최재석 현대서예가는 전남 영암 출신으로 학정 이돈흥 서예가를 사사했다. 원광대 서예과를 졸업하고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예, 전각, 문인화의 창작과 이론연구를 하면서 개인전 12회와 국내외 수많은 단체전에 참가했다.
공로상 수상자인 김봉규 기자는 영남일보에 논설위원으로 입사해 기자, 부장 등을 거치면서 많은 인문학 관련 저서를 남겼다. 그중 연재기사인 석재 서병오 평전을 신문에 소개했고, 서적으로 출판해 석재 선쟁의 현창 사업에 적극적으로 기여했다.
심사위원장인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서세옥 화백은 한국수묵화계의 거장으로서 그 어느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동양화의 추상적 경지를 선구자적으로 개척한 분으로 그의 놀라운 예술세계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지금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다”며 “최재석 작가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심오한 예술적 탐구로 독자적인 서예술의 일가를 이루어 미래에 대한 원대한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상 수상자에게는 개인전 개최와 상금 2000만원, 청년작가상 수상자에게는 개인전 개최와 상금 700만원, 공로상은 상금 200만원이 각각 지원된다.
전시회는 오는 8월31일부터 DAC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대구의 서화가 석재 서병오(1862~1935)는 추사 김정희 이후 시·서·화를 겸비한 삼절(三絶)의 문인화가로 불렸다. 그의 천재성과 예술성은 국내를 넘어 국제적인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시·서·화는 물론 장기와 바둑, 거문고 등 8가지 분야에 능통해 ‘팔능거사( 八能居士)’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다.
대구 만석꾼의 아들로 태어나 글씨를 배우고 중국 서화가들과 교유하면서 많은 영향을 주고 받았다. 1922년에는 전국의 서화가들을 대구에 모여들게 해 대구를 서예의 중심도시로 만드는 터전을 마련한 ‘교남시서화회’를 창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