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법 전경. /조선일보DB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연행·구금돼 가혹 행위를 당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도 승소했다.

광주고법 민사3부(재판장 이창한)는 11일 5·18 당시 고초를 겪은 시민 5명이 대한민국 정부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부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1심은 신군부가 5·18 전후 광범위한 위법 행위를 했다고 보고, 국가가 이들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정부)는 원고 이덕호(63)·고(故) 남승우(사망 당시 59세)·나일성(60)·김용선(62)·김정란(61) 씨에게 각각 4000만∼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씨는 1980년 5월 23일 시위 도중 계엄군이 쏜 총에 다리를 맞고 49일간 구금됐다. 고인인 남씨는 1980년 5월 27일 상무대로 연행돼 217일 동안 구금됐으며 고문 후유증 등으로 투병하다가 2019년 사망했다.

나씨도 1980년 5월 27일 신군부의 옛 전남도청 진압 작전에 맞서다가 체포돼 157일간 구금됐으며 몽둥이와 개머리판 등으로 심하게 구타당했다. 김씨는 1980년 5월 18일 광주 동구 충장로에서 체포돼 곤봉으로 머리를 맞는 등 폭행을 당했고 148일간 구금됐다.

김정란씨는 1980년 5월 28일 광주의 후배 집에서 계엄군에게 폭행을 당한 뒤 구금돼 37일간 고초를 겪었다. 이들은 지난 2018년 12월 국가에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정부 측은 이들이 옛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5·18보상법)에 따라 이미 보상금을 받아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이는 ‘광주민주화운동 보상금을 받으면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한 5·18보상법 16조 2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에 따른 것이다.

헌재는 지난해 5월 “위 법 조항에는 정신적 손해배상에 상응하는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보상심의위가 항목을 산정함에 있어 정신적 손해를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도 발견되지 않는다”며 “보상금 지급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