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출범한 부산·울산·경남·경북 등 영남 지역 기초의회에서 여성 의장이 잇따라 탄생했다.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 정서를 감안하면 큰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남 지역 ‘지방의회 여풍’의 중심은 울산이다. 5개 구·군 기초의회 중 여성 의장이 반수가 넘는 3명이 선출됐다. 부의장도 2명이 나왔다. 직전 의회에서는 여성 의장 1명과 부의장 1명 배출에 그쳤다. 울산 중구의회는 지난 1일 8대 전반기 의장에 재선인 강혜순(62·국민의힘) 의장을 선출했다. 1997년 광역시 승격 후 중구의회가 개원한 지 25년 만의 첫 여성 의장이다. 강 의장은 “여성의 세심함으로 주민 목소리를 잘 듣고, 집행부에도 미래 지향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선진 의회가 되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울산 동구의회도 8대 전반기 의장에 3선인 박경옥(58·국민의힘) 의원을 뽑았다. 박 의장은 7대 동구의회 전반기 부의장을 지냈다. 울산 북구의회 역시 3선인 강진희(52·진보당) 의원이 의장에 올랐다. 강 의장은 국민의힘 의원과 민주당 의원 수가 4대4 동수인 여야 양당의 힘겨루기 속에서 3선의 관록을 내세워 의장에 선출됐다.
경남에선 7일 기준으로 18개 시군 중 4개 시·군의회에서 여성 의장이 배출됐다. 경남에서 여성 의장이 동시에 4명 나온 것은 1991년 시·군의원 선거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다. 진주시의회는 9대 전반기 의장으로 재선인 양해영(57·국민의힘) 의원을 선출했다. 두 차례 도의원을 지낸 양 의장은 5대 진주시의회에서도 최초의 여성 선출직 의원으로 시의회에 입성했다. 그는 “여성에겐 척박한 지방 정치를 개척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통영시의회도 9대 전반기 의장에 4선 김미옥(64·국민의힘) 의원을 선출했다. 산청군의회의 4선 정명순(64·국민의힘) 의원과 하동군의회의 재선 이하옥(67·국민의힘) 의원 역시 각각 여성 의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경남 기초의회를 통틀어 첫 여성 의장은 2014년 뽑힌 김정선 전 함안군의장 1명이었다. 이후 여성 의장이 없다가 이번에 한꺼번에 탄생했다.
부산에선 16개 구·군 중 4곳에서 여성 의장이 나왔다. 부산 서구의회에선 첫 여성 의장으로 재선인 김혜경(63·국민의힘) 의원이 선출됐고, 해운대구의회에선 3선 심윤정(53·국민의힘) 의원이 의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남구의회에선 3선 박미순(53·국민의힘) 의원이, 사상구의회에선 3선 윤숙희(63·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의장으로 선출됐다.
보수 세가 강한 경북 상주시의회에서도 개원 이래 처음으로 여성인 3선 안경숙(61·국민의힘) 의원이 의장으로 뽑혔다. 안 의장은 “의장은 지역의 일꾼이지, 여성과 남성을 나눠선 안 된다”며 “앞으로도 능력 있고 참신한 여성 일꾼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봉화군의회에서도 30년 만에 첫 여성 의장이 나왔다. 3선인 김상희(54·국민의힘) 봉화군의장은 “여성의 섬세함과 따뜻함으로 의회를 잘 이끌겠다”고 했다.
통상 기초의회 의장은 다수당, 선수(選數), 나이 등을 고려해 뽑는다. 여성 의장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관록을 쌓은 여성 정치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정계에서는 여성 의원들의 약진이 지역 밀착형 조례 발의, 민원 해소, 갈등 조정 등에서 능력을 발휘해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초의회 의장의 권한이 과거보다 커져 변화한 모습을 보일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올해부턴 의장이 의회 사무처 직원 30~40명에 대한 인사권을 갖게 되고 의원 업무를 보좌하는 정책지원관(의원 수의 4분의 1) 채용에도 관여하게 된다. 이 때문에 보다 커진 권한을 토대로 의원들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면서 쌓이는 정치적 자산들도 적지 않아 ‘지방의회 여풍의 강도’가 더 세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울산의 한 기초의회 관계자는 “기초의회 여성 의장 다수 선출은 전에 없던 일로 정치, 사회, 행정 등 여러 측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반영한 현상으로 보인다”며 “여성 의장들이 지역 정치권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지 기대가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