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국내 최고층인 151층 규모 ‘인천 타워’를 건립하는 문제를 놓고 최근 찬반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박남춘 전 인천시장 임기 때 인천 타워를 151층에서 103층으로 낮춰 추진하기로 했지만 최근 취임한 유정복 인천시장 측에서 다시 151층 건설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되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 의견도 갈리고 있다.
인천타워 건립 문제는 16년이나 끌어온 지역 현안이다. 지난 2006년 2월 안상수 당시 인천시장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포트만 컨소시엄’과 ‘송도 6·8공구 192만평 복합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송도 국제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151층 규모의 초고층 쌍둥이 타워를 짓는 게 주요 내용이다. 미국 포트만홀딩스와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이 출자한 특수목적법인 ‘송도랜드마크’가 3조원을 투입해 2013년 완공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2008년 6월엔 착공식까지 했다. 그러나 착공 직후 글로벌 금융 위기가 찾아왔고, 2010년 송영길 인천시장 취임 후 최고층 빌딩의 사업성 자체가 높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공사가 지연되다가 결국 2015년 백지화됐다.
이후 2018년 박남춘 시장 취임 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새로운 우선협상사업대상자 ‘블루코어 컨소시엄’과 협상을 벌여 올 초 420m로 빌딩 높이를 낮춰 신축하고 주변에 대단위 주거 단지를 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3월 인천시는 투자유치기획위원회를 열고 103층 초고층 타워 건립이 포함된 ‘송도 6·8공구 개발사업 협약체결 계획안’을 조건부 가결했다. 인공호수 주변 128만㎡에 103층 높이의 초고층 건물을 중심으로 도심형 테마파크, 18홀 대중골프장, 주거·상업·전시시설 등을 조성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유정복 시장이 당선된 뒤 구성된 인수위원회가 지난달 24일 “송도 6·8공구에는 국내 최고층 건물을 세우고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개발 계획이 수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시장 때 수립한 103층 빌딩 건립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수위원으로 참여했던 김진용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123층·555m)보다 높은 국내 최고층 타워를 인천 송도에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러자 이에 대한 반론이 제기됐다. 성용원 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청장 직무대리)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선 8기 인천시장직 인수위원회 내 일부 위원이 국내 최고층 건물 건립을 제안했지만 사업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그는 “실현 가능성이 중요한데 과거 151층 인천 타워를 추진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며 “박 전 시장 때 결정한 방안에서 큰 틀의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했다.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 등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국내 최고층 인천타워를 찬성하는 주민들은 롯데월드타워보다 더 높은 빌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송도 지역 최대 맘카페인 ‘올댓송도’의 김성훈 대표는 “새 빌딩이 옛 인천타워처럼 꼭 151층은 아니어도 최소한 롯데월드타워보다는 높아야 그 상징성과 가치를 통해 사람들이 몰려들고 송도가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송도를 싱가포르나 홍콩을 뛰어넘는 경관을 갖춘 도시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유정복 시장도 주민들과 면담에서 최고층 타워 건립 의사를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송도시민총연합회, 송도국제도시맘 등 송도 국제도시 주민단체 대표들은 최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51층 건립에 난색을 표명한 성용원 차장의 직위 해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결정한 것을 새로 들어온 시정부가 무시하고 최고층 빌딩을 다시 추진한다는 건 비상식적”이라며 “최고층 마천루는 개발시대 논리”라고 주장했다. 이 처장은 “일부 송도 주민들도 반대하고 있는 만큼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시 고주룡 대변인은 21일 “유정복 시장은 최고층 타워 문제를 포함해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업무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