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연금기구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후생연금 탈퇴수당 명목으로 99엔(한화 931원)을 지급한 데 대해 피해자 지원단체가 ‘악의적 모욕’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4일 오후 광주광역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릎 꿇고 백번 사죄해도 부족할 판에, 일본 정부는 90대 피해 할머니들에게 껌 한 통 값도 안되는 돈을 지급해 또 한번 피해자들을 우롱했다”며 “악의적인 모욕 이외엔 더 이상 설명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시민모임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일본연금기구’는 지난달 6일 근로정신대 피해자 정신영(92) 할머니의 계좌에 931원을 송금했다. 931원은 후생연금 탈퇴수당 99엔을 한화로 환산한 금액이다.
시민모임은 “피해자들에게 후생연금의 존재 사실조차 감춰오다 마지못해 수당을 지급하면서도 그동안의 화폐가치 변동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본 정부는 피해자의 인권을 다시 한번 모독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측의 인권 모독과 무시 행위가 우리 정부의 무책임하고 비굴한 태도로부터 빚어졌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달 일본 방문에서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에 바람직한 해결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해결 방안은 가해국과 가해 기업이 내놓아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이들은 또 외교부가 일본 기업 국내 자산 현금화(강제매각) 사건을 맡은 대법원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한 일에 대해서도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노골적인 방해 행위”라며 “피해자를 희생양 삼아 한일관계 복원을 구걸하지 말고, 일본의 사죄를 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회견에는 자신의 계좌로 931원을 송금받은 정 할머니와 지난 2009년 99엔을 지급받았던 양금덕 할머니가 참석했다. 정 할머니는 지난 1944년 5월 만 14세의 나이에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로 동원됐다. 정 할머니는 입금된 통장 내역을 보여주며 “931원이라는 애들 과자 값도 못한 금액을 줬다. 어린 아이들에게 밥도 제대로 주지 않고 일을 시켜놓고는 사과도 하지 않고 어찌 그럴 수 있냐”며 “할머니들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서 빨리 사죄하라”고 말했다.
앞서, 정 할머니를 비롯한 강제동원 피해자 11명은 지난해 3월 일본연금기구에 후생연금 가입 기록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본연금기구는 당초 “기록이 없다”고 했다가 자신의 연금번호까지 알고 있었던 정 할머니에 대해서만 후생연금 가입 사실을 인정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지난 2009년에도 후생 연금 탈퇴 수당 명목으로 양금덕 할머니 등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각각 99엔을 지급했다가 국민적 공분을 샀다. 2014년엔 김재림 할머니 등 4명의 피해자에게 199엔씩 지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