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수도권과 충청·강원권 등에서 큰 피해가 난 가운데 15일 오후 늦게부터 수도권과 충청권 등 중부 지역부터 시작해 비가 내렸다. 이번 비는 17일까지 남부 지역에도 내릴 것으로 예고됐다. 최근 계속된 폭우로 지반이 약화된 상태에서 다시 비가 내리면서 산사태 등 추가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15일 기상청에 따르면 정체전선이 남하하면서 17일까지 전국에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30~100㎜ 내릴 전망이다. 충남남부·호남·경남남해안 등 많이 내리는 곳은 150㎜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보됐다. 시간당 50㎜에 이르는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 16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순간 풍속이 시속 55㎞를 넘는 강풍도 불겠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기상청은 16일 새벽 남부 지방 전체와 제주로 강수 지역이 옮겨갈 것으로 예보했다. 또 17일에는 새벽과 낮 사이 전남과 경남, 아침과 낮 사이 경북 일부 지역에 비가 내리고, 제주에는 저녁까지 강수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비구름대가 빠르게 남하하면서 충남 공주·청양·홍성·보령·태안·부여 지역 등에 많은 비가 내렸다. 이 지역에는 호우주의보가 발효되기도 했다. 이날 오후 9시 30분 쯤에는 충남 태안군 안면읍 정당4리 마을회관에 낙뢰가 떨어졌다. 이 사고로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마을회관의 전기 계량기가 불에 탔다. 강원도에서도 이날 춘천 35.1㎜, 화천 30㎜, 철원 27.7㎜ 등 영서 중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30㎜ 안팎의 비가 내렸다.
특히 충청 지역은 13~14일에도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봤다. 충남 청양·부여·공주·보령 지역을 중심으로 도로와 주택이 물에 잠기고 경사면이 무너지는 등 시설 피해가 109건 발생했다. 특히 14일 시간당 110㎜가 쏟아진 부여에 피해가 집중됐다. 부여군에서는 610농가에서 경작하는 논과 밭, 과수원 239.6㏊가 침수됐다. 청양군에서는 74㏊, 보령에서는 32㏊의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1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의 농작물 침수 피해 규모는 1754ha로, 이 중 3분의 2에 가까운 1111ha가 충남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290ha)의 3.8배다.
집중호우 피해 복구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또 비가 내려 추가 피해 우려도 나온다. 최근 집중호우로 산사태 등이 일어나면서 주택·도로 등이 붕괴한 경기도 지역에서는 광복절 연휴에도 복구 작업이 이어졌다. 여주시는 이날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등 69명을 도로와 주택, 기반 시설 피해 등이 발생한 산북면과 금사면, 대신면에 투입해 피해 복구에 나섰다. 또 성남, 용인 등의 침수 피해가 발생한 주택이나 상가에서는 배수 작업과 내부 청소가 이루어졌다.
지난 8~10일 집중호우로 경기도에서 실종된 2명에 대한 수색도 이날 일주일째 진행됐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광주시 목현동에서 실종된 A(여·77)씨를 찾기 위해 인력 70명과 소방 헬기 1대, 드론 10대, 보트 11대 등 장비 33대를 투입해 실종 추정 지점부터 팔당호까지 20㎞ 구간을 수색했다. 또 지난 9일 오후 11시 12분쯤 남양주시 화도읍 마석우천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여중생 B(15)양에 대한 수색도 계속됐다.
서울시는 이날 도로변 하수구와 하수관 등에 쌓인 진흙과 쓰레기를 치우고 침수 우려 지역의 맨홀을 일제 점검했다. 산사태가 우려되는 지역의 순찰을 강화하고 반지하 주택에 사는 주민들의 연락망도 점검했다. 피해 복구 작업 중인 상인들은 비가 또 온다는 소식에 우려 목소리를 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사계시장 귀금속 가게 상인 이재열(67)씨는 “진열대가 다 젖어 못 쓰는 상태가 돼 임시로 제품들을 모아 금고에 넣어뒀는데 비가 또 오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14명, 실종자는 6명으로 나타났다. 이재민은 2280명이 발생했다. 가축 8만1857마리가 폐사했고, 산사태는 291건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