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김씨는 그동안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전 경기도 5급 공무원 배모씨의 법인카드 유용을 지시하거나 묵인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두 사람을 공범 관계라고 판단했다.
3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업무상 배임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김씨와 배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는 배씨가 경기도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로 자신의 음식값을 결제한 사실을 알고도 용인한 혐의(업무상 배임)를 받고 있다. 배씨는 이 대표의 경기지사 당선 직후인 2018년 7월부터 2021년 9월까지 경기도 총무과 별정직 5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김씨의 수행비서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배씨의 법인카드 유용 규모는 총 150여건, 2000만원 상당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음식값 등 김씨와 직접적으로 관련됐다고 경찰이 판단한 법인카드 유용 액수는 20여건, 200만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법인카드를 직접 사용한 배씨와 ‘윗선’으로 지목된 김씨 사이에 범행에 대한 묵시적 모의가 있었다고 보고 김씨를 공모공동정범으로 검찰에 넘겼다. 공모공동정범이란 2명 이상이 범죄를 공모한 뒤 그 공모자 중 일부만 실행에 나아간 경우 실행을 담당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공동정범이 성립한다는 법리이다.
경찰은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임 당시부터 별정직 공무원으로 김씨를 수행하는 역할을 하며 오랜 동안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측근인 배씨가 독자적으로 법인카드 유용 행위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배씨가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사실을 김씨가 알고도 묵인한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에게는 또 이 대표의 민주당 대선 경선 출마 선언 후인 작년 8월 2일 서울의 음식점에서 당 관련 인사 3명 및 자신의 수행기사·변호사 등에게 1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해 공직선거법의 기부행위금지를 위반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 대표는 “김씨의 밥값 2만6000원은 선거캠프의 정치자금 카드로 지불했고, 3인분의 식사비 7만8000원이 A씨에 의해 법인카드로 결제된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배씨는 당시 법인카드 유용사건의 공익신고자인 경기도지사 비서실 7급 직원 A씨에게 김씨를 제외한 일행의 식사비를 법인카드로 결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제기되자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허위사실공표)도 적용됐다.
경찰은 3월 대선 관련 공직선거법 사건의 공소시효(9월 9일)를 고려해 일단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된 김씨와 배씨의 혐의를 송치했다. 배씨가 A씨에게 지시해 경기도청 의무실에서 타인 명의로 김씨의 처방전을 받아 전달했다는 의혹 등은 이번 송치 대상에서 빠졌다.
이 대표도 이번 1차 송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법인카드 유용에 이 대표가 관여한 정황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김씨를 위한 사적 용무에 이용하기 위해 배씨를 공무원으로 채용해 급여를 받도록했다며 국민의힘이 이 대표와 김씨, 배씨를 직권남용, 국고손실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안과 함께 ‘백현동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이 대표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