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울산 울주군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모노레일 탑승장. 매표소 문은 닫혀 있었고 입구엔 ‘신불산 모노레일 잠정 운영 중단’이란 팻말만 보였다. 탑승장 위로 3.55㎞ 길이 레일은 방치돼 있었다. 이 모노레일은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남부지역팀이 1.7㎞ 산길을 방문객들이 편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만든다며 국립휴양림 중 최초로 20억원을 들여 설치한 것이다. 2018년 7월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개통 당일 사고로 운행을 멈춘 뒤 4년 1개월째 멈춰 있다. 당시 사고는 전원이 끊겨 모노레일이 멈춰선 단순한 것이었는데 전문 업체 진단 후 ‘구조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태’란 판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모노레일 업계에선 예견된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설치 업체는 이 정도 규모의 모노레일을 설치해 본 경험이 없었다. 그런데도 남부지역팀은 “업체가 관련 특허가 있다”며 15억5920만원짜리 공사를 2017년 8월 수의계약했다. 결국 사고로 운행이 중단되고 재운행도 불가능해지자 남부지역팀은 업체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해 지난 2월 승소했다. 법원은 업체에 “19억1714만원과 지연 손해금을 배상하라”고 했다. 하지만 업체는 지난해 폐업했고 돈도 회수하지 못했다. 남부지역팀 관계자는 “업체가 모노레일 시공 경험이 있고, 친환경 차량, 내진 설계가 된 레일 특허가 있어 계약했다”며 “압류 절차로 사업비는 회수할 계획이며 정상화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영남 지역 지자체 등이 경제성·지속성 등에 대한 면밀한 검증 없이 모노레일·케이블카 등 관광 교통 시설을 우후죽순 만들면서 운행 중단, 파행 운영, 안전사고 발생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예산·행정력 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남 통영시 욕지도 모노레일도 지난해 11월 사고 후 9개월 넘게 운영이 중단됐다. 왕복 2㎞ 궤도를 오가는 열차로, 사업비 117억원이 들어갔다. 2019년 12월 상업 운행에 들어가 누적 탑승객 18만명을 넘겼지만 지난해 11월 탑승객 8명이 다친 탈선 사고 이후 지금껏 멈춰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고 원인을 차량의 기계적 결함으로 결론 냈다. 경찰은 운영사와 시공사 관련자 2명을 형사 입건했다. 이 사고 역시 예견된 사고라는 얘기가 나온다. 개통 6개월 만인 2020년 6월 레일의 이상 변형이 확인돼 운행을 중단하고 보수 공사를 한 사실 등으로 볼 때 당초 시공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모노레일을 타봤다는 통영시 산양읍 주민 김현자(49)씨는 “2년밖에 안 된 시설이 고장이 잦은 걸 보면 애초 잘못 만든 것 같다”며 “세금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개장 1년이 넘도록 코스 3개 중 1개만 운행돼 반쪽짜리 운영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경북 울진군이 223억원을 들여 만든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은 울진 죽변항부터 후정해수욕장까지 왕복 4.8㎞ 궤도를 오가는 모노레일이다. 당초 울진군은 죽변항에서 봉수항까지 1.4㎞ 구간을 운행하는 A코스와 봉수항에서 후정해수욕장까지 1㎞를 운행하는 B코스, 두 코스를 합친 코스 등 3개 코스를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개장 이후 1년 넘게 A코스만 운영 중이다. 울진군 관계자는 “막상 운행해보니 B구간에 화장실과 대기 공간 등 편의 시설이 부족했다”며 “편의 시설을 갖춘 뒤 내년 하반기 B코스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코스도 너울성 파도가 치면 안전 점검으로 운행이 중단돼 관광객이 허탕을 치는 일도 종종 있다.
경북 포항시가 추진 중인 포항해상케이블카는 2017년 6월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첫 삽도 뜨지 못했다. 2017년 11월 포항 지진과 그 이후 코로나, 낙엽 화석 출토 등 악재가 잇따랐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건설자재 비용 등이 올라 당초 500억원대였던 사업비는 1300억원까지 뛰었다. 포항시 관계자는 “현재 시행사가 자금 확보 계획을 검토 중”이라며 “해상케이블카는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관광시설이 성공하면 인지도 상승과 고용 창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만 개장 효과는 3년을 넘기 어렵고 적자 운영 사례도 많다”며 “관광 교통시설을 만들 때 사업자의 시공·운영 능력이나 시장성, 연계프로그램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