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5일 밤 제주도 서귀포항 방파제 뒤로 파도가 솟구치고 있다./연합뉴스

5일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직접적 영향권에 든 제주도에선 태풍이 몰고 온 강풍과 폭우로 어선이 침몰하고 정전 사고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6일 오전 6시까지 285건의 태풍 피해가 접수됐다. 5일 낮 12시 7분쯤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5m가 넘는 야자수가 바람에 쓰러져 주택 지붕을 덮쳤다. 또 제주시 아라동 아이파크아파트 인근 도로에 있는 중앙분리대가 쓰러졌다. 오후 3시 44분쯤엔 제주시 아라동에서 도로에 물이 차오르면서 SUV 차량 1대가 침수돼 견인됐다.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포구에 정박해 있던 어선 1척이 침몰하기도 했다. 오후 6시6분 쯤에는 서귀포시 표선면 지역 신호등이 쓰러졌다. 서귀포시 남원읍 해안도로 곳곳은 파도와 함께 날아온 돌덩이들로 점령당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한 공터에 갖다놓은 보트는 강한 바람에 인근 도로 한가운데까지 날려갔다. 제주시 노형중학교 비가림 시설의 지붕이 떨어져 나갔고, 제주시 삼도동의 한 병원 3층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다.

또 정전 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오후 7시 17분쯤 제주시 일도2동을 시작으로 서귀포시 성산읍, 제주시 한경면 등 지역의 변압기 등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1만6939가구가 정전됐다. 이중 일도2동 150가구와 서귀포시 남원읍 590가구, 서귀포시 표선면 112가구, 서귀포시 대정읍 389가구 등 3056가구는 복구됐지만 나머지 1만3883가구는 복구되지 않아 불편을 겪었다.

한 주민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쾅 소리가 난 뒤 전기가 끊겼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전이 됐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촛불을 켰다”고 썼다.

침수와 월파 피해를 우려해 대피한 주민들도 있다. 제주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서귀포 성산읍에 있는 한 민박집에 있던 6명은 침수 우려로 인해 인근 호텔로 몸을 피했다. 제주시 애월읍에서는 반지하 주택에 머물던 일가족 4명이 강한 비가 쏟아지자 1층으로 대피했다. 또 태풍 북상으로 인해 높은 파도가 넘어와 해안가 저지대를 침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귀포 남원읍 해안가 주택에 거주하는 5명이 인근 복지시설로 사전에 대피했다.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한라산 윗세오름에 900㎜가 넘는 강수량을 기록했고, 한라산 백록담에서는 초속 41.8m 강풍이 불었다.

강한 바람에 제주공항은 오후 2시부터 모든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는 등 이날 하루 350여 편의 항공기가 무더기 결항했다. 제주와 내륙을 잇는 11개 항로 선박 운항도 모두 중단됐다. 항공·해상길이 막히며 제주는 이날 완전히 고립됐다. 이날 제주지역 학교 282곳이 원격수업을 진행했고, 나머지 28곳은 휴업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 관계자는 “공항 주변에 강한 바람의 영향으로 오후 2시 이후 모든 항공편이 결항됐고, 항공기 운항 재개는 6일 오전 9시 이후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6일 밤 0시쯤 제주 성산포 동쪽 40km 해상을 지나며 제주를 ‘매우 강’인 상태로 최근접 통과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