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경찰청 청사. /경기남부경찰청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보완 수사해 온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제3자 뇌물 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면서 사건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송치했다.

제3자 뇌물공여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 성립한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당시인 2015년 두산그룹의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000여 평을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해 주고 2014~2016년 두산건설이 성남FC에 55억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주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 법조인은 “성남시 장애인체육회 등이 대주주로 참여한 성남FC는 스포츠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 법인으로, 성남시장으로선 ‘제3자’에 해당한다”고 했다.

경찰은 당시 성남시가 정자동 병원 부지 용적률을 상향하고 기부채납 면적을 14.5%에서 10%로 축소해주는 등에 대한 대가로 두산이 성남FC에 후원금을 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이 성남FC에 광고 후원금을 집행하지 않으면 용도 변경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성남시와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던 정황도 포착했다고 한다.

경찰은 지난 5월 압수 수색을 통해 두산건설이 2014년 10월 성남시에 보낸 공문을 확보했으며 거기에는 병원 부지를 업무 시설 용도로 변경하게 해주면 성남FC에 후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건설 관계자에게도 혐의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받았다고 한다. 경찰은 성남시 공무원 1명을 이 대표의 공범으로, 두산건설 이모 전 대표이사를 뇌물 공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후원금은 합법적이고 투명하게 처리됐고 모두 성남 시민들을 위해 사용됐다”며 “그렇게 따지면 광고비, 협찬비 명목으로 후원을 받는 모든 언론사도 여기에 적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성남FC가 일반 기업과 달리 공공성을 띤 법인이라고 해도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권한을 남용해 수익을 몰아줬다면 제3자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한 법조인은 “용도 변경 청탁 등 ‘대가성’이란 측면에서 시장과 언론사를 동일 선상에 놓는 김 대변인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여러 사례가 이번 사건과 유사한 만큼,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2003년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SK텔레콤에서 기업결합심사에 관한 선처를 부탁받고 자신이 다니던 사찰에 10억원을 시주하도록 했다가 제3자 뇌물 제공 혐의 유죄가 확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에 대해 2006년 대법원은 “제3자 뇌물 제공은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인정되는 것으로, 어떤 금품이 공무원의 직무 행위와 관련해 교부된 것이라면 충분하다”고 했다.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에서는 ‘롯데의 K스포츠재단 70억원 지원’과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같은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작년 10월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이 2017년 용인시장 시절 고급 타운하우스 개발 사업자에게 인허가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친형 등 지인 3명이 부동산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취득하게 해달라고 요구한 사건에 대해서도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바 있다.

‘성남FC 의혹’은 분당경찰서가 작년 9월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던 사건으로, 지난 1월 말 박은정 당시 성남지청장이 휘하 검사들의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묵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