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특공 부대 장병들이 제2작전사령부에서 열린 육군 항공·특공 부대 합동 훈련에 참가해 밧줄을 타고 헬기에서 군 골프장으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시가 ‘대구 지역 군부대 통합 이전’을 추진하자 경북도 내 여러 시·군이 뛰어들어 뜨거운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군부대 통합 이전’은 대구 시내에 산재한 군부대들을 하나로 통합해 옮긴 뒤 ‘밀리터리 타운’으로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경북 칠곡군을 비롯해 군위군, 영천시, 상주시 등이 군부대를 유치해 경제를 활성화하고 인구를 늘리겠다는 이유를 내걸며 경쟁에 나섰다.

22일 대구시에 따르면 통합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부대는 육군 제2작전사령부를 비롯 50사단, 5군수지원사령부, 공군 방공포병학교 등 국군 부대 4곳이다. 도심에 위치한 이들 군부대는 지역 개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이전 필요성이 제기됐다. 대구시는 국군 부대 4곳의 이전을 우선 추진한 뒤 미군 부대 3곳(캠프워커, 캠프헨리, 캠프 조지)의 이전도 추진할 계획이다.

대구시의 군부대 통합 이전 추진에 가장 발 빠른 ‘러브콜’을 보내며 유치전에 불을 붙인 곳은 경북 칠곡군이다. 칠곡군은 대구 북구와 인접한 지천면 일대를 군부대 이전의 적지로 보고 이를 부지로 내놓겠다고 대구시에 제안했다. 그러나 지천면 일대에 군부대 이전에 필요한 최소 면적인 330만㎡ 이상의 평지 확보가 어려운 데다 그린벨트 1~5등급 가운데 개발행위에 제한이 많은 1·2등급지가 많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대구시는 석적읍 도개·망정리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고, 칠곡군은 이를 받아들였다. 대구시는 앞으로 이 지역에 대해 군부대 적합성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기로 했다.

칠곡군은 6·25전쟁 당시 다부동전투에서 승리한 ‘호국의 고장’이라는 점도 강점으로 내세운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칠곡군은 대구시와 인접하고 밀리터리 타운에 적합한 도심이 형성된 것은 물론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보유한 호국의 성지”라며 “칠곡군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군부대 유치를 위해 모든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칠곡군 주민들도 지난 19일 왜관역 광장에서 군부대유치추진위원회 발기인 대회를 열어 유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군위군이 칠곡군을 견제하고 나섰다. 군위군은 대구시에 군부대 이전 적지로 판단되는 3곳을 제안해 놓고 있다. 이와 관련, 군위군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유치 조건으로 대구 편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군위군은 대구에 편입되면 군부대와 관련된 경제 효과의 외부 유출이 없다는 점을 강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육군제3사관학교가 있는 영천시도 ‘군사 도시’로서의 장점을 내세우며 유치전에 가세했다. 영천시는 3사관학교와 2탄약창 지역에 각각 330만여㎡ 규모의 국방부 부지가 있는 데다 인근 육군21항공단 예하 207항공대대를 포함한 주변 부지 활용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구시는 조만간 영천시와 접촉해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상주시도 대구시에 유치 의사를 밝혔다. 상주시 관계자는 “상주에는 군부대가 들어설 넓고 평평한 부지가 많기 때문에 군부대 이전의 적지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러 시군들이 저마다 군부대 유치전에 뛰어든 것은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소멸을 막고 경제를 회복하는 데 군부대 유치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에 따라서다. 유치전에 가장 먼저 뛰어든 칠곡군 관계자는 “군부대를 유치하면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학교나 주민을 위한 시설 등 관련 시설이 늘어나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더 없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군부대 유치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군부대 통합 이전과 관련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방부, 대구시, 4개 이전 부대 실무자 등 6개 기관이 관·군 협의체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가능하면 연내에 국방부와 대구시 간의 MOU(양해각서) 체결이 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는 군부대 통합 이전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도 만들었다. 윤영대 대구시 군사시설이전단장은 “올해 안에 이전 합의를 마무리하고 2030년 이전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