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가 공공병원인 성남시의료원의 운영을 개원 2년 만에 대학병원 등 외부에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찬반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 7월 취임한 신상진 성남시장의 방침을 뒷받침하는 조례안을 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이 제출하자 진보 성향 시민단체와 노조 등이 반대하고 나섰다. 성남시는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 위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 진영에서는 공공성이 훼손된다는 입장이다.
성남시의료원은 2020년 7월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옛 시청사 부지 2만4711㎡에 들어섰다. 건립 비용은 1691억원이 들었다. 지하 4층, 지상 10층에 509개 병상과 23개 진료과를 갖췄다. 2003년 수정구·중원구 일대 주민 50만여 명이 주로 이용하던 종합병원 2곳이 잇따라 문을 닫자 본격 설립이 추진됐다. 시민단체가 주도해 주민 발의로 2006년 시립의료원 설립·운영 조례안이 제정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적극 관여하기도 했다.
성남시의료원은 2020년 개원하자마자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운영됐다. 이 때문에 일반 진료 환자의 불편이 컸고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매년 300억원 정도의 적자를 성남시가 예산으로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신상진 시장은 대학병원 등에 맡겨야 의료 서비스의 수준을 유지하고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며 전문기관 위탁에 나섰다. 신 시장은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지냈다. 신 시장은 지난 7월 기자 간담회에서 “서울 보라매병원도 처음에는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다가 서울대에 위탁한 결과 적자 폭이 줄고 시민들의 만족도는 올라갔다”고 했다. 보라매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2020년 공공보건의료계획 시행결과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획득하며 4년 연속 최우수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신 시장의 방침을 뒷받침하는 ‘성남시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지난 13일 제출했다. 이 조례안은 의료원 운영을 법인에 의무 위탁하도록 규정했다. 국민의힘 정용한 대표의원은 “개원 3년 차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능한 의료진을 충원하지 못하고 있고 진료체계가 정비되지 않아 시민들의 외면을 받아왔다”며 “대학병원 등에 위탁운영을 통해 진료의 신뢰도와 만족도를 높여 시민들에게 좋은 의료 혜택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달 1일 기준으로 성남시의료원의 의사직 정원은 99명, 간호직 정원은 548명이지만 현원은 의사직이 71명, 간호직이 398명으로 결원이 많은 실정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수술·진료를 보조하는 전공의도 없이 전문의 혼자 응급실 당직부터 도맡아 처리한다”고 했다. 지난 4~5월 두 차례 의사직 5명(순환기내과 3명, 안과 2명) 채용 모집 공모를 냈지만, 지원자는 0명이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성남시의료원 노조, 더불어민주당 등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성남시의료원 3개 노조는 “자립할 기회도 주지 않고 시민의 재산을 헐값에 넘기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총 전국의료서비스노조 성남시의료원지부는 “성남시의료원 설립에 수천억원의 시민 혈세가 들어갔는데 민간에 헐값에 매각하고 기부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 경기지역본부 소속 10여 명은 지난 26일 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남시의회와 성남시는 의료원 ‘강제 위탁’을 명문화하는 조례 개정안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성남시의회 민주당 측도 “성남시의료원은 코로나 지정병원으로 음압병실 등을 운영하며 공공의료에 큰 역할을 해왔는데, 민간 위탁은 공공의료의 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조정식 대표의원은 “지역 시민사회, 노조 등과 민간 위탁 개정조례안 저지를 위해 공동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남 지역 13개 시민단체 등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서명운동과 1인 시위 등에 돌입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29일 “외부 위탁을 반대하는 쪽에서 의료원을 민간에 팔아 넘긴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외부 전문 기관에 운영을 맡기고 이를 성남시가 직접 감독하는 것”이라고 했다. 성남시의료원 관련 조례안은 다음 달 7일부터 열리는 시의회 정례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현재 성남시의회는 국민의힘 18석, 민주당 16석이어서 심의 과정에서 진통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