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 동료를 스토킹하며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힌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적장애 3급인 이 남성은 피해여성이 연락을 받지 않자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범행 도구를 준비하는 등의 행위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고법 형사2-2부(재판장 김관용)는 살인예비,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야간 주거침입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A(27)씨의 항소심에서 A씨와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3년 및 보호관찰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또 보호관찰 기간 동안 피해자 연락·접근 금지,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 등 준수사항을 부과했다.
A씨는 약 8개월 동안 알고 지낸 전 직장동료 B(29)씨가 2021년 10월 “더는 연락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그때부터 약 한 달 동안 “길거리에서 마주치지 말자. 내가 뭔 짓 할 수 있으니까 잘 피해다녀” 등의 문자를 보내는 등 40번 문자를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또 새로 개통한 휴대전화로 B씨가 살고 있는 빌딩의 관리인으로 행세하며 B씨에게 “상수도 및 계량기 점검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수법으로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내 야간에 B씨 집에 몰래 들어가 지갑, 휴대폰 등을 훔쳤다. 그는 건물을 나오면서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기도 했다.
A씨는 또 B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B씨 주거지 건물 복도 등에 설치된 방범카메라(CCTV)를 뜯어내거나 검정 테이프를 붙였다. B씨의 맞은편 집을 임차해 대형 가방과 비닐봉지, 흉기 등을 갖추고 인터넷에서 ‘흉기’, ‘질식사’, ‘살인 처벌’ 등을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계속해 연락을 받지 않자 살해할 것을 마음먹고 살인 방법을 검색하고 범행도구를 준비했다”며 “피해자 주거지 맞은편에 집까지 마련해 범행도구를 비치한 채 수시로 피해자를 관찰하고 범행을 은폐할 목적으로 CCTV를 손괴하기도 하는 등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살인 범행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 동기와 수법, 구체적 행위 등을 고려하면 죄질도 매우 좋지 않다”며 “다만 선천적 인지능력 결함과 사회적응 능력 미흡이 이 사건 범행의 간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며, 다행히도 피해자에게 직접 위해를 가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2심 재판부 역시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시인하며 반성하고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인 점은 유리한 정상이지만,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살인 범행을 준비한 점 등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가 엄벌을 바라고 있어 원심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항소기각 사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