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를 몰다 사륜오토바이를 들이받아 노부부를 숨지게 하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귀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법원 로고. /조선일보 DB

춘천지법 형사2부(재판장 이영진)는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도주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5)씨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7일 자신의 화물차를 몰고 강원도 정선군 한 도로를 달리던 중 B(78)씨가 몰던 사륜 오토바이를 치고 그대로 달아난 혐의다. B씨의 오토바이는 당시 A씨의 차선으로 역주행 중이었으며, 이 사고로 오토바이를 몰던 B씨와 함께 타고 있던 B씨의 아내 C(80)씨가 숨졌다.

A씨는 다음날인 8일 오전 1시쯤 집으로 찾아온 경찰이 사고 여부를 묻자 “사람이 아닌 경운기를 들이받았다고 착각해 별거 아니라서 그냥 집에 왔다”며 사고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은 A씨를 긴급 체포했고, A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사 혐의와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1심 재판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A씨가 경찰에 체포되기 전까지 휴대전화로 아무런 통화를 하지 않은 점, 사고 지점에 가로등이 없었던 점, 사고 후 어떤 머뭇거림이나 주저함 없이 집까지 차량을 몬 점 등을 이유로 사고로 인해 사상자가 있었다고 인식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A씨에게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도주치사가 아닌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 치사를 적용,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 당시 A씨의 차량과 피해자들의 사륜오토바이 모두 전조등이 켜져 있었던 데다, 당시 상황과 비슷한 조건으로 모의 주행 결과 차량이 사륜오토바이를 인식할 수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미필적으로나마 사고를 인식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그대로 도주해 피해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 “사륜오토바이를 역주행해 운전한 피해자들에게도 교통사고 발생에 대한 과실이 있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