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일반 공공 종합병원인 제2인천의료원 신설을 추진하자 인천시 산하 기초단체 사이에서 유치 경쟁이 뜨겁다. 인천시가 설립 후보지 선정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각 구는 구민들의 유치 희망을 담은 서명부를 만들고 시를 상대로 민원 전화를 하는 등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인구 295만명의 인천은 의료 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이다. 지난해 기준 인구 10만명당 종합병원 병상 수가 21개로 전국 특별·광역시 7곳 중 최하위다. 의사 수는 인구 10만명당 176.6명으로 울산(159.1명) 다음으로 낮다. 특히 공공 의료 기관이 적은데 일반 진료 중심 공공 종합병원은 동구 송림동에 있는 300병상 규모의 인천의료원 1개뿐이다.
인천시는 열악한 공공 의료 시설 문제를 해결하려 500병상 규모의 제2의료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 민선 7기 지방정부 때부터 거론돼 오다가 코로나 확산 이후 건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역 여론이 커졌다. 특히 검단신도시, 계양테크노밸리 등 대규모 주거 단지가 개발되면서 인구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공공 의료 기관 추가 건립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지난 3월부터 ‘인천광역시 제2의료원 설립 기본 계획 및 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2월까지 마무리되는 이번 용역을 통해 인천 제2의료원 설립 필요성, 설립 적정 장소 및 규모, 향후 운영 방향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지방 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복지부와 협의를 거쳐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빠르면 2024년부터 정부 예산이 투입돼 2026년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광찬 인천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20일 “보건복지부는 전국을 70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지역 책임 의료 기관을 건립한다는 장기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인천에 있는 권역 4곳 중 2곳에만 책임 의료 기관이 있어 추가 공공 의료 기관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제2인천의료원 설립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제2인천의료원 설립 논의가 진행되면서 인천 내 기초단체에서는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당초 9개 지역이 유치 의사를 밝혔는데 지난 16일 인천시가 1차적으로 3곳을 제외하고 중구 운남동, 서구 불로동, 계양구 귤현동, 부평구 산곡동, 남동구 만수동, 연수구 선학동 등 후보지 6곳을 선정했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연수구다. 전체 주민의 약 37%인 14만3954명이 서명을 한 유치 기원 명부를 인천시에 전달했다. 후보지인 선학동 구월2지구가 인천 종합버스터미널과 인천 지하철 1호선 문학경기장역과 가까워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중구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 제2의료원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코로나 같은 감염병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제2의료원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내세운다. 또 영종도는 인구가 10만명을 넘어섰음에도 응급 시설을 갖춘 병원이 없어 사실상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 영종 주민들의 주장이다. 중구는 지난 5월부터 구민들을 상대로 온·오프라인 서명 운동을 펼쳤고, 최근 서명부를 인천시에 제출했다.
계양구도 ‘의료 소외 지역’임을 강조한다. 계양구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동구 송림동 인천의료원까지 가려면 50분가량 걸리는 만큼 계양구 주민들이 공공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찬훈 계양구 부구청장은 “계양구에는 계양테크노밸리와 3기 신도시 등이 예정돼 있는 만큼 향후 인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공공 의료 시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서구 주민들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시의 관련 부서에 전화를 걸어 유치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남동구는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의료 기관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부평구는 인구 밀집 지역이라 공공 의료 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제2의료원 신설은 인천 지역 의료 안전망 구축과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 등 공공 보건 의료 체계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모든 지역을 다 만족시킬 수 없는 만큼 평가 항목 19개를 종합해 최선의 선택지를 찾겠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