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이 민선 8기 들어 영남알프스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를 재추진하자 찬반 공방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신불산 케이블카는 울주군이 1999년부터 관광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 왔지만 환경 단체 반발 등으로 23년째 제자리걸음 상태였다.
울주군은 “신불산(해발 1159m)과 가까운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 신불산 억새평원까지 2.47km 구간에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를 오는 2025년까지 설치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영남알프스는 신불산, 가지산, 재약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산 아홉 개가 이루는 산세가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울주군과 경북 경주시·청도군, 경남 밀양시·양산시 등 시군 5곳에 걸쳐 있다. 복합웰컴센터~억새평원 구간에서는 신불산 자락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다. 신불산 억새평원은 신불산 정상부터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4km 구간 능선을 따라 억새 군락지 수백만 평이 펼쳐져 있는 곳이다.
울주군은 지난 12일 민간 업체인 영남알프스케이블카와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실시 협약을 맺었다. 이 업체는 세진중공업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케이블카 설치 사업비 644억원을 전액 부담한다. 울주군은 실시 설계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내년 하반기 설치 공사를 시작해 2025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준공 뒤엔 업체가 울주군에 시설을 기부 채납한 뒤 20년간 무상 사용할 계획이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는 노선 하나를 10인승 캐빈형 곤돌라 50여 대가 왕복 운행하는 모노 곤돌라 방식으로, 시간당 최대 1500명이 탈 수 있을 전망이다. 울주군은 연간 60만명이 케이블카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울주군의 한 해 관광객은 140여 만명(2019년 기준) 정도다. 케이블카가 운행되면 관광객이 200만명대로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군은 기대하고 있다.
울주군은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장애인, 노년층 등이 편하게 신불산을 둘러볼 수 있고 산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보인다. 지역 경제 파급효과도 생산 유발 740억원, 부가가치 유발 267억원, 고용 유발 613명 등으로 추산했다.
이순걸 울주군수는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는 지난 20년간 울산시와 울주군이 공영 개발을 하려다가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사업이 되길 바라는 주민 열망이 모여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울산시소상공인연합회 등 상인들도 케이블카 설치에 찬성하고 있다. 김창욱 울산시소상공인연합회장은 “케이블카 설치는 지역 상인과 주민 생계가 달린 중요한 사업”이라며 “인근 등억온천단지와 케이블카를 연계한다면 체류형 관광지로 발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환경 단체 등은 환경 훼손 우려로 반대하고 있다. 환경 단체인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내고 “새 노선은 그동안 제시된 노선 중 가장 길다”며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하루 최대 1만명 이상 산에 올라 환경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케이블카 사업자가 식음료 등 다양한 부대 사업을 직접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 실제 주변 상권에 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며 “시민·종교 단체와 연계해 케이블카 설치를 끝까지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동의를 받아내는 것도 관건이다. 지난 2018년 울산시와 울주군이 세금을 들여 공영 개발 방식으로 추진한 영남알프스 행복케이블카 사업의 경우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생태계 훼손 등을 이유로 ‘부동의’ 결정을 내려 사업이 좌초했다.
울주군은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동의를 얻으려 이번 노선은 신불산과 간월산 정상부를 벗어난 신불재 남서쪽 해발 850m에 상부 정류장을 설치하고, 친환경 공법으로 시공하기로 계획했다. 최근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협의에 나선 울주군은 환경 단체를 설득하는 작업도 이어갈 계획이다.
한양대 김남조 관광학부 교수는 “케이블카의 경우 운행 초기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 개장 효과는 3년을 넘기기 힘들다”며 “한번 설치하면 되돌릴 수 없는 만큼 효과를 내려면 역사, 문화,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등 차별화된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