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이거 참. 화재로 건물 중간이 뻥 뚫려 있는 것 좀 보세요.”
26일 오전 8시 대구 북구 매천동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이상 도매시장) 농산A동 앞에서 류(58)모씨는 혀를 끌끌 찼다.
“저 안에 제 점포가 있는데 거기에 있던 과일이랑 채소 4000여만원치와 함께 몇 백만원의 현금도 홀라당 다 타버렸어요.”
단골 고객들은 연신 전화를 걸어 “상황이 어떠냐”고 물었고, 류씨는 “어떡하든 대책을 세워볼겁니다”라고 응답했다.
지난밤 화재로 전체 점포 152개 중 남쪽편 69개가 거의 타버린 농산A동 입주상인들은 이날 아침 삶의 터전이 된 건물과 점포가 불에 탄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지었다. 도매시장 상인 정모(58)씨 역시 “저기 보이는 점포가 제 것인데 과일들이 얼마나 타버렸는지 파악하고 물건들을 꺼내야 하는데 지금은 들어갈 수 없으니 속상하네요”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큰 불이 난 도매시장 중도매인과 관련 상인들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당장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애를 태우고 있다. 그러나 불타버린 건물의 신속한 복구는 아직은 요원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26일 오전 도매시장 관리사무소에서는 대구시 행정부시장 주재로 대구시 관련부서, 소방본부, 북구청, 강북경찰서, 공공시설관리공단 등 유관기관들이 참여한 가운데 관계기관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도매시장의 신속한 시설복구와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결과 우선 농산A동에 있던 경매장의 기능을 대신할 임시경매장과 점포를 도매시장 내 주차장 등에 마련키로 했다.
또 피해상인들의 빠른 회복을 위해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필요하면 긴급생계지원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부터는 경찰과 소방당국이 도매시장 화재의 정확한 화재원인 및 피해규모 등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감식을 진행했다.
감식에서는 특히 화재 발생 당시 가스통이 폭발하는 듯한 폭발음이 들렸다는 목격자 진술 및 인화성 물질이 있었다는 주장, 스프링클러의 정상 작동 여부 등을 집중 감식했다.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지난 25일 오후 8시27분쯤 농산A동(연면적 1만6504㎡)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152개 점포 중 농산A-1동의 점포 69개를 태우고 3시간30여분만에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고, 재산피해 규모는 현재 파악 중이다.
불이 나자 펌프차 27대, 탱크차 27대, 화학 차량 2대 등의 소방장비 89대와 소방관 223명이 출동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오후 8시35분쯤 대응 1단계, 오후 8시43분쯤에는 화재 발생 지역 인근 소방서 5~6곳에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가 발령됐다.
한편 83개 점포가 입점한 농산A-2동은 화재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았다. 때문에 26일에도 이들 점포에서는 정상적인 경매와 판매가 이루어졌다.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은 지난 2019년 기준 연간 거래금액이 1조원에 이르는 규모로, 서울 가락시장, 강서시장에 이어 전국 세번째 규모의 농수산물도매시장이다.
이번에 불이 난 농산A동을 비롯 농산B동, 트럭경매장, 수산동, 관련상가, 관리동 등의 시설이 있다.
도매시장에서는 지난 2013년 8월에도 불이나 시장내 점포 32곳이 불에 타는 등 10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정의관 대구시 경제국장은 “김장철을 맞아 농산물 경매와 물량분산 차질을 최소화 하기 위해 온라인 거래를 확대하는 한편 임시경매장과 중도매인 점포를 빠른 시간내에 설치해 도매시장의 기능을 정상화 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