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충북 괴산에서 발생한 규모 4.1 지진으로 충북권 전역에서 흔들림이 감지되며 주민들은 깜짝 놀란 주말 아침을 맞이했다. 일부 주민들은 지진에 놀라 황급히 대피하는 한편 119 등 재난당국에 신고 전화가 몰리는 등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충북 인근 광역 지자체들까지도 흔들림을 느꼈다는 후기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날 오전 8시 27분쯤 충북 괴산군 북동쪽 11km(장연면 조곡리) 지역에서 규모 3.5 지진과 4.1 지진이 차례로 발생했다. 규모 4.1 지진은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12월 제주 서귀포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4.9) 이후 10개월 여 만에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다시 발생한 것이다.
이번 지진의 계기진도는 충북 괴산에서 최대 5로 측정됐다. ‘계기진도 5′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과 창문 등이 깨지기도 하며 불안정한 물체는 넘어지는 수준’을 의미한다. 한편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의 경우 규모 5.8 지진이,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의 경우 규모 5.4 지진이 각각 발생했었는데 당시 계기 진도는 각각 최대 6이었다. 6은 모든 사람이 느끼고 일부 무거운 가구가 움직이며, 벽의 석회가 떨어지기도 하는 진도를 의미한다.
지진 발생지인 괴산의 한 주민은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났고 집이 많이 흔들렸다”며 “살면서 지진을 직접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괴산 쪽에 놀러 간 관광객은 “펜션 뒷산이 있는데 산사태가 날까봐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충주의 한 시장 상인도 “건물이 무너지는 것처럼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며 “아침 일찍 장사를 하기 위해 나온 상인 십여명이 놀라 밖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진 발생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여진 등 예의주시 피해상황보고 접수 및 대책 등을 지시했다”며 “도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지진 발생 직후 ‘비상 1단계’를 발령하고 피해 상황 파악에 돌입했다. 충북도는 피해 대응 지원관을 괴산에 파견했고, 2차 피해 발생에 대비해 지진 피해 위험도 평가단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지진 여파에 충북 지역 기업들은 다행히 큰 피해를 입지 않은 상황이다.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측은 “지진에 따른 피해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 공장도 큰 피해없이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혹시 모를 2차 여진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일부 열차의 경우 서행 운행했다. 충북 제천에서 출발해 전북 남원으로 가던 단풍 관광열차와 대전∼제천 구간을 운행하던 화물열차가 지진 직후 시속 30㎞ 이하로 서행 운행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충북선 증평∼충주 구간 선로를 점검한 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재 충북선 열차는 정상 속도로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의 여파는 인근의 청주는 물론 대전, 세종, 충남, 강원 등에 까지 전달됐다. 청주에 사는 유수호(36)씨는 “아침 잠결인데도 갑자기 집 주변이 흔들려 깜짝 놀랐다”며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종에선 한 주민도 “차 운적석에 있었는데 재난 문자와 함께 흔들림을 느꼈다”고 말했다. 강원 원주의 장모씨는 “아침 지진 발생 후 동네 친구들에게 흔들림을 느꼈다는 문자를 받았었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이날 지진을 느꼈다는 신고가 금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142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충북이 68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지역의 경우도 42건 신고가 접수됐다. 이외 강원 21건, 경북 10건, 경남 1건 등의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청은 현재까지 출동 및 피해 상황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