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군 거진읍에 자리한 해발 122m의 응봉 정상에 오른 관광객이 화진포 호수와 동해 바다를 촬영하고 있다. 날씨가 좋으면 이곳에서 북한에 있는 금강산 비로봉도 볼 수 있다. /고성군

지난 12일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응봉. 해발 122m 정상에 오르자 화진포 호수가 한눈에 들어왔다. 수면 위로 푸른 하늘이 어른거렸다. 고개를 돌리니 옥빛 동해가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보였다. 저 멀리 북녘 땅 금강산 비로봉과 해금강도 보였다. 꽃나루란 뜻을 가진 화진포(花津浦)는 호수 주변으로 해당화가 많이 핀다 해 붙은 이름이다. 화진포는 호수 둘레만 16k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석호(潟湖)다. 석호는 모래 퇴적물 등이 해안 입구를 막아 형성된 호수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최미희(43)씨는 “화진포는 계절마다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뽐낸다”면서 “가을과 겨울이 되면 철새 등이 수천 마리 날아들어 ‘철새들의 호수’로 변신한다”고 말했다. 호수를 따라 둘레길도 조성돼 잔잔한 호수 물결을 벗 삼아 산책할 수도 있다.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줄어든 관광객 코로나 시기 늘어

대한민국 최북단에 있는 기초자치단체인 강원 고성군이 동해안의 대표 관광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1년 고성을 찾은 관광객은 1156만2375명이다. 고성군 인구(2만7264명)의 424배에 이른다. 2018년 990만2786명, 2019년 1055만924명, 2020년 1101만5058명 등 고성을 찾는 관광객은 매년 늘고 있다. 2018년과 비교해 작년에는 16.7% 늘었다.

고성군 죽왕면 오호리 일원에 들어설 광역 해양 복합 지구 조감도. 이곳에는 해상 산책로와 수중 공원 등이 조성된다. /고성군

고성군은 한때 금강산 육로 관광의 길목이었다. 육로로 금강산을 가려면 고성 민통선 안에 있는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지나야 했다. 2003년부터 6년간 14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금강산 관광을 위해 고성을 찾았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고성군을 찾는 관광객 발길도 줄어들었다.

그랬던 고성군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람들이 한적하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선호하게 됐고, 고성군의 청정 자연이 재조명받아 관광객들의 발길이 다시금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해안선 80여km를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옥빛 동해와 화진포, 송지호 등 석호가 중요한 관광 자산이 됐다.

수도권 접근성이 좋아진 것도 관광객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는 계기가 됐다. 지난 2016년 삼척과 속초를 잇는 동해고속도로가 개통되고, 2017년엔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서울에서 고성 간 이동 시간은 기존 3시간 30분에서 2시간대로 줄어들었다. 2027년엔 철도를 통한 고성 여행도 가능해진다. 춘천~속초를 잇는 동서고속화철도와 고성~강릉을 잇는 동해북부선이 개통되기 때문이다. 두 철도가 개통되면 서울 용산에서 춘천, 속초를 거쳐 고성까지 열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바닷속 감상할 수 있는 수중 공원도 조성

고성군은 관광객을 더 불러 모으기 위해 각종 관광 인프라 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북단에 자리한 고성군은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염원을 간직한 곳이다. 군은 이를 관광에 접목해 고성 관광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통일전망대와 화진포, 건봉사를 연결하는 삼각 벨트로 관광객들이 오래 머물며 즐길 수 있는 ‘체류형 관광’을 활성화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우선 죽왕면 오호리 일원에 광역 해양 복합 지구를 조성하는 사업을 내년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해변과 섬(죽도)을 잇는 780m의 해상 산책로다. 산책로는 해수면에서 9m 위를 지나는 다리 형태로 바닥 곳곳에 투명 유리를 설치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광역 해양 복합 지구에는 해상 전망대와 고성의 바닷속을 감상할 수 있는 수중 공원도 들어선다. 인공 구조물을 바닷속에 넣어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강원 동해안에 수중 공원이 조성되는 것은 강릉에 이어 두 번째다. 고성군은 지역 대표 관광 시설인 통일전망대의 모습을 본뜬 4.5m 높이의 인공 구조물 등을 바닷속에 넣어 공원을 꾸밀 계획이다. 바닷속 인공 구조물은 해양 생물엔 보금자리로 활용되며, 다이버들에겐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수중 공원은 스쿠버 다이빙 장비를 갖추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또 인공 서핑장과 인공 다이빙장 시설도 만들 방침이다.

2025년엔 동해안 최장 해상 도보길인 ‘화진포 해양누리길’이 놓인다. 해상 도보길은 바다 위에 놓인 길이다. 총연장 2.5km로 김일성 별장부터 거진항 일원까지 이어진다. 이곳에선 국내 최대 석호인 화진포와 동해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옛 한양 모습을 본뜬 한옥 마을도 조성된다. 2025년까지 토성면 신평리 일원 23만5396㎡ 부지에 한옥과 온천을 주제로 한 숙박 단지를 만드는 것이다.

함명준 고성군수는 15일 “청정 자연을 앞세운 고성을 ‘미래 관광 1번지’로 만들어 갈 계획”이라며 “관광 인프라 관련 사업이 마무리되면 고성은 동해안의 대표 관광 도시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정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