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부산항 북항 재개발지 안 중구 중앙동 해양문화지구 부지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지어지고 있다. 세계 공모를 통해 설계된 이 건물은 지난 2018년 5월 착공, 3050억원을 들여 지하 2층·지상 5층에 연면적 5만1617㎡ 규모로 2024년까지 지어질 예정이다. /김동환 기자

17일 오전 부산 중구 중앙동 부산항 북항 재개발지 안. 부산항대교가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에 마름모꼴로 보이기도 하고, 찌그러진 정사각형 모양으로 보이기도 하는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바다 쪽에서 보느냐 육지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건물 모양이 달리 보였다.

이 건물은 2018년 5월 착공해 건립 중인 ‘부산오페라하우스’다. 한진중공업이 시공을 맡았다. 2008년 롯데그룹이 부산을 위해 내놓기로 약정한 1000억원을 기반으로 부산시가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세계적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짓고 있다.

부산시는 오페라하우스를 짓기 위해 세계 설계 공모도 했다. 2012년 세계 설계 공모전에서 노르웨이의 설계회사 스노헤타와 일신설계 컨소시엄의 설계가 당선작으로 뽑혔다. 당선작은 진주를 품은 조개를 형상화한 건물을 핵심 콘셉트로 하고 있다. 진주를 품은 조개가 바다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다. 조개 위껍데기는 비스듬하게 옥상으로 이어져 산책로와 공중 공연장 역할을 하도록 했다. 바다 쪽으로 보고 있는 아래·위 껍데기 사이 공간은 외벽을 유리 등을 이용해 곡선 형태로 만들도록 설계했다.

2012년 실시된 세계 공모에서 당선된 스노헤타·일신설계 컨소시엄의 설계안. 조개가 진주를 품고 바다를 향해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부산시

그러나 부산오페라하우스를 두고 최근 “설계가 잘못됐다” “시공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공사가 지연되면서 공사비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논란은 시공사 측이 “설계대로 시공할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건물 외벽을 곡선 형태로 만들려면 비틀어진 철골이 만나 연결되는 부위의 위치 등이 정확히 계산돼 있어야 하는데 설계에 빠져 있어 그대로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공사 측은 “‘랜드마크’란 가치에만 치중해 3D그림만 보여줬지 실제 그걸 구현하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와 감리단, 시공사 측이 새로운 대안을 모색했다. 시공사 등은 설계사 측에 보완을 요구했고, 설계사 측은 보완한 설계를 내놨다. 그러나 보완한 설계에 따라 공사를 할 경우 약 4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고 기간도 1년쯤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구조물 안전성 훼손 가능성도 지적됐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당초 2115억원 예산으로 지어질 예정이었으나 착공이 늦어지면서 공사비가 2500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6월엔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550억원이 증액돼 3050억원까지 증가했다. 완공 시기도 당초 2020년에서 공법 변경 논란 등 때문에 2024년까지로 연기된 바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보완한 설계에 따라 공사가 진행될 경우 공사비는 3500억원 이상으로 늘고, 준공은 2025년쯤으로 또다시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착공한 지 4년 6개월이 지난 부산오페라하우스의 공정률은 현재 39%쯤 된다. 지역 건설 업계 관계자들은 “그 정도 기간이면 통상 공정률이 70~80%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지난 8월 감사원 감사와 지난 10~11일 진행된 부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지적됐다. 부산시의회 해양도시안전위원회 박종철 의원은 “설계사 측도 공모에 나설 때 예산 규모에 맞춰 설계안을 낼 테고, 시공사도 공법과 공사비를 감안하고 공사 입찰에 응했을 텐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2년 이상 시공사와 설계사 간 논란이 불붙었는데도 사업 시행자인 부산시가 손놓고 허송세월을 했다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부산시의회는 지난 15일 부산시감사위원회에 오페라하우스 문제에 대해 감사를 의뢰했다.

우신구 부산대 건설융합학부 교수는 “누구의 책임인지 잘잘못을 가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부산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원칙을 중심에 두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그 원칙 아래 시행자인 부산시가 나서 방향을 정하고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