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새벽부터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시간당 1~3㎝의 강한 눈이 내리면서 출근길 혼란이 빚어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직장인들이 지하철 등 대중교통으로 몰리며 사고도 발생했다. 도로가 얼어붙으면서 전국 곳곳에서 눈길 교통사고가 잇따랐고, 항공편과 여객선 일부도 멈춰섰다.
서울에선 폭설로 버스나 자가용으로 출근하던 직장인들이 지하철로 몰렸다. 이날 오전 7시쯤 지하철 3·7·9호선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역 근처는 버스와 지하철 환승객들로 북적였다. 7호선과 9호선 승강장도 상하행 모두 대기 승객들로 꽉 찬 상태였다. 여의도로 출근한다는 정모(45)씨는 “보통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데 오늘은 눈 때문에 지하철을 탔다”며 “눈이 와서 사람이 다들 지하철로 몰린 것 같다”고 했다. 승객이 몰리면서 이날 출근길 지하철 5·7호선은 15분가량 지연이 발생했다고 서울교통공사는 밝혔다.
경기 김포와 서울을 연결하는 경전철인 김포골드라인은 폭설로 전원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면서 출근 시간대인 오전 7시쯤 전동차 5편성이 노선에 투입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배차 간격이 3분 30초에서 4분가량으로 늘면서 전동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몰려들어 역마다 혼잡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8시 10분쯤에는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승객이 몰린 전동차에 타고 있던 한 여성이 호흡곤란을 호소해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일부 도로가 통제되고 얼어붙으면서 차량 통행도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9시 기준 서울 전역의 평균 차량 통행 속도는 시속 20.0㎞로 평소(시속 23.3㎞)보다 느렸다.
빙판길 교통사고도 잇따랐다. 오전 9시 49분쯤 경기도 여주시 가남읍 중부내륙고속도로 창원 방향 남여주 IC 인근에서 12t LPG 탱크로리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옆으로 넘어졌다. LPG 탱크 하부 관에서 가스 일부가 누출돼 소방 당국이 차단 작업을 벌였다. 이 사고로 중부내륙고속도로 일부 구간의 차량 통행이 긴급 통제됐다. 대전과 충남에선 교통사고로 2명이 숨졌다. 오전 7시 39분쯤 대전 유성구 원신흥동 도안지하차도에서 1t 화물차가 미끄러져 지하 차도 벽을 들이받아 40대 운전자가 숨졌다. 또 오전 9시 49분쯤 충남 논산시 노성면에선 택시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3m 아래 하천으로 추락해 60대 택시 기사가 숨졌다.
경남에서는 빙판길 14중 추돌 사고가 2곳에서 발생했다. 오전 6시 42분쯤 김해시 남해고속도로 진례 분기점과 오전 6시 44분쯤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한 도로에서 각각 14대의 차량이 잇따라 부딪쳐 2명이 다쳤다.
하늘길과 바닷길도 일부 막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제주·김포 등 5개 공항에서 항공기 14편이 결항했다. 또 백령도에서 인천을 오가는 여객선 등 6개 항로 7척의 여객선이 운항을 멈췄다. 한때 지방 도로 28곳이 통제됐고, 전국 13개 국립공원 327개 탐방로의 출입이 통제됐다.
기상청은 22일부터 24일까지 충청·호남권과 제주를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릴 것이라고 21일 예보했다. 22~24일 예상 적설량은 충청·호남권과 제주 5~25㎝, 경기·경상권 1~10㎝다. 제주 산지에선 50㎝ 이상의 많은 눈이 쌓이겠다. 22일부터 강추위도 다시 시작된다. 기상청은 22일 아침 최저기온을 영하 15도~0도로 예보했다. 23일 전국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9도~3도로 예보됐다.
/김석모·김휘원·박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