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교육 시설인 ‘강원특수교육원’ 유치를 놓고 강원 춘천시와 원주시, 강릉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장애인 교육 시설이 통상 기피 시설로 주민들의 외면을 받아온 것과 달리 강원특수교육원의 경우 유치에 지역 주민은 물론 정치권까지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이 같은 유치 경쟁은 특수교육에 대한 시민 의식 개선과 함께 이 시설에서 장애 학생뿐 아니라 일반 학생에 대한 진로·직업 교육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또 630억원에 달하는 특수교육원 사업비도 강원도교육청의 자체 예산으로 충당해 지자체에 부담이 없는 점도 작용했다.
강원도교육청은 장애 학생에 대한 맞춤형 지원과 진로·직업교육 확대 등 특수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강원특수교육원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의 공약이다. 강원특수교육원은 일반 학생들의 진로·직업 등의 교육도 지원한다. 2024년 착공해 2025년 상반기 개원하는 것이 목표다. 이 사업엔 63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직업 체험 실습실과 진로 설계실, 인공지능(AI) 교육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달 30일 발표된 강원특수교육원 설립 및 운영 방안 용역 결과를 토대로 특수교육원 운영 계획 등을 수립해 나갈 방침이다. 또 오는 3월까지 포럼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추진위원단을 구성하고, 설립 지역을 결정하는 등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강원도교육청의 이 같은 방침에 춘천시와 원주시, 강릉시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저마다 특수교육원 유치의 최적지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춘천시는 지난달 15일 춘천장애인스포츠센터에서 강원특수교육원 춘천 유치 선포식을 가졌다. 앞서 지난달 14일엔 강원특수교육원 범시민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범시민추진위는 춘천 지역 국회의원을 잇따라 만나 특수교육원의 춘천 유치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춘천시는 특수교육원 유치와 함께 학령기 이후 발달장애인의 지속적인 교육을 위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도 설치할 계획이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춘천에 강원특수교육원이 유치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원주시도 유치전에 가세했다. 원주시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달 16일 강원도교육청을 찾아 신경호 교육감에게 특수교육원의 원주 설립 당위성을 설명했다. 원주시의회도 지난달 ‘강원특수교육원 원주 유치 건의안’을 채택하고 교육부 등에 전달했다. 지난달 23일엔 원주시학부모연합회 등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강원특수교육원 원주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자리엔 원강수 원주시장, 이재용 원주시의회 의장도 참석해 힘을 모았다. 유치추진위는 서명운동 등 대대적인 유치 활동에 돌입했다. 원강수 원주시장은 “원주시는 도내에서 가장 장애 아동이 많지만 관련 인프라 및 서비스는 부족하다”며 “타 시군과의 접근성이 좋은 원주가 특수교육원의 최적지”라고 했다.
강릉에서도 유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장애인부모회 강릉시지부 등 영동 지역 특수학교 4곳의 학부모연합회는 지난달 8일부터 강원특수교육원의 강릉 유치를 위한 온라인 서명 운동에 나섰다. 현재까지 1500여 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강릉시의회도 지난달 12일 강원특수교육원 강릉 유치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또 지난달 23일엔 강원특수교육원 강릉 유치를 위한 범시민추진단이 선포식을 갖고 본격적인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춘천엔 시청각 특수교육지원센터, 원주엔 발달장애인훈련센터가 있지만 영동권 도시에는 관련 교육시설이 전무하다”며 “강릉에 특수교육원이 설립돼야 한다”고 했다.
강원도교육청과 강원도 내 장애인 단체들은 기피 시설로 여겨지던 장애인 교육 시설 유치 경쟁이 벌어지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강원도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는 “장애 학생도 비장애 학생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며 “이번 사업을 계기로 특수교육 시설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태훈 강원도교육청 장학사는 “여러 지자체에서 강원특수교육원 유치를 희망하는 만큼 투명하게 후보지를 결정할 것”이라며 “부지 선정 작업이 완료되면 공사까지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