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춘천에 있는 도청 조직 일부를 분리해 강릉시에 도청 ‘제2 청사’ 설치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최근 제2 청사 설치 방침을 공식화하자,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공론화 과정이 부족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도청 내부에선 “일부 부서 직원이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지사는 지난해 6·1 지방선거 당시 영동 지역인 강릉에 강원도청 제2 청사를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영서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영동 지역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강릉을 제2 행정 중심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김 지사는 지난달 19일 강릉에서 열린 강원도의회 의원총회에서 “오는 7월부터 강릉 제2 청사에서 직원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제2 청사 설치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강원도는 현재 두 명인 지방 2급(이사관) 자리를 하나 늘려 본부장급 책임자를 둔 제2 청사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현재 강릉시 주문진읍에 있는 강원환동해본부를 가칭 해양수산국으로 변경하고, 본청 1~2국을 강릉으로 이전시켜 제2 청사를 꾸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양수산국은 종전 강원환동해본부 건물을 활용하고, 나머지는 강원도립대의 여유 건물이나 강릉 지역 일반 건물을 빌려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제2 청사 직원 규모는 110명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강원도청 본청은 12실·국, 1본부로 구성돼 있고 직원 1600여 명이 근무 중이다.
도청 제2 청사를 운영하려면 조직 개편을 위한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 강원도 관계자는 9일 “제2 청사를 설치하려면 행정 기구 및 정원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이 필요한 만큼 5월까지 개정안을 마련해 도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도는 제2 청사 개청을 위한 실·국 조정 협의도 진행할 방침이다. 또 강원도는 다음 달까지 행정안전부와 2급직 신설을 위한 협의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강원특별자치도법에 부지사(1급) 한 명을 더 둘 수 있는 특례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부지사급을 제2 청사에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도청 제2 청사 설치를 반기고 있는 강릉에선 제2 청사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강릉사랑시민연대와 강릉시의회는 지난달 26일 ‘강원도청 제2 청사 강릉 유치 관련 간담회’를 갖고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도청 제2 청사 위치, 산하기관 유치, 제2 청사 추진협의회 구성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기영 강릉시의회 의장은 “강릉 제2 청사 추진과 관련해 청사 물색 등 준비 작업이 한창”이라며 “도청 직원의 유입에 따른 지역 경제·관광 활성화, 영동 지역 균형 발전이 기대되는 만큼 각계 의견을 수렴해 관련 대책을 서둘러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강릉 제2 청사 추진에 대해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하고 나섰다. 강원경제인연합회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제2 청사 건립은 강원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 사안으로 강원의 발전 동력 창출에 목적을 둬야 한다”며 “제대로 된 여론 수렴 없이 제2 청사를 서둘러 강릉에 설치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급하게 결정하기보다는 행정 효율성과 도민 편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주민들이 충분히 수긍할 만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원도청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제2 청사 설치에 따라 조직이 개편되면 춘천에 살던 직원이 대거 강릉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산·자원·기계·공업 등 일부 부서 직원이 인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말 등이 돌면서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강원도청 한 직원은 “제2 청사로 갈 직원에 대한 인사를 하려면 직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며 “자칫 힘없는 부서 직원들만 제2 청사로 쫓겨나듯 발령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도청 제2 청사 설치를 둘러싼 찬반 논란에 대해 김진태 강원지사는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뒤 합리적 방안을 찾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