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공일 소방교의 영결식이 9일 전북 김제시 국립청소년농생명센터에서 열렸다./뉴시스

“내 새끼, 왜 거기 있어.”

9일 오전 10시 전북 김제시 청소년농생명센터.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성공일(30) 소방교에 대한 영결식에 앞서 성 소방교의 운구 차량이 영결식장에 들어서자 동료 소방관들이 늘어서 그를 맞았다. 유족들은 “내 새끼, 공일아. 왜 거기 있어”라고 울부짖으며 뒤따랐다.

이날 전북도청장(葬)으로 치러진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동료, 각계 인사와 일반 조문객 500여명이 참석해 성 소방교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성 소방교의 어머니는 “내 새끼, 내 새끼”라고 오열하며 영결식 내내 목 놓아 울었다.

성 소방교와 동료이자 동기인 김제소방서 이정환 소방사가 조사를 낭독하자 동료 소방관들은 눈물을 훔쳤다. 이정환 소방사는 “소방관으로 임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던 공일아,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나버린 네가 너무나 야속하고 주체할 수 없어 눈물만 나는구나”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료로서 함께하지 못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이제 너를 내 옆에 있던 친구이자 동료에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소방관으로 가슴에 묻으려 한다”며 “좋았던 기억과 아름다운 마음만 품고 이제 뜨겁지도 어둡지도 않은 지금 있는 그곳에서 영원한 평안을 누리길 바란다”고 추모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이 대독한 조전에서 “슬픔에 잠겼을 유가족과 동료를 잃은 소방관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화재 현장에서 고립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불길로 뛰어들었던 고인의 정신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장례위원장인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영결사에서 “고인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고인의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하겠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없도록 하겠다”며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유가족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9일 전북 김제시 국립청소년농생명센터에서 순직한 고 성공일 소방교의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헌화식 동안 영정 앞에 선 유족들은 한참 동안 통곡했고, 영결식이 끝나고 운구 행렬이 식장을 천천히 빠져나가자 유족, 동료 소방관, 친구들의 오열이 이어지면서 장내는 슬픔으로 가득 찼다. 유족들이 “이렇게는 못 보낸다”라고 울부짖자 이를 바라보던 동료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울음을 내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성공일 소방교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전북도는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유해는 이날 오후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

앞서 이번 화재는 지난 6일 오후 8시 33분쯤 김제시 금산면의 한 주택에서 발생했다. 신고를 받은 소방 당국은 오후 9시 8분쯤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화재 진압을 하면서 주택 내 인명 수색에 들어갔다. 이때 주택을 빠져나온 A씨가 금산119안전센터 소속 성공일 소방교를 붙잡고 “남편이 안에 있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목조건축물이라 불이 순식간에 주택 전체로 번져 검은 연기와 화염이 뿜어져 나왔지만, 성 소방교는 A씨의 남편을 구하기 위해 주저 없이 불길에 휩싸인 주택으로 뛰어들어갔다. 오후 9시 36분쯤 불길은 잡혔다. 하지만 성 소방교는 결국 주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A씨의 남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