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만 이상 도시인데도 지하철이 없는 울산시와 경남 창원시가 잇따라 트램(tram·노면전차) 도입을 추진한다. 친환경 교통수단이면서 지하철보다 건설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관광자원으로서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막대한 사업비 등으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어 정부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울산시가 2028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수소 트램 조감도. 이 수소 트램이 울산시 계획대로 2028년 운행을 시작할 경우 세계 최초로 울산 도심을 달리게 된다. /울산시

울산시는 2028년 개통 목표로 트램을 추진 중이다. 1호선을 남구 태화강역에서 신복로터리까지(11.63㎞) 노선으로, 2호선은 동해남부선인 북구 송정역(가칭)에서 남구 야음사거리까지(13.7㎞) 노선으로 각각 건설할 계획이다. 1호선은 울산 도심을 동서로, 2호선은 남북으로 가로지른다. 사업비는 각각 3297억원, 4020억원이 들 전망이다.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가재정법에 따라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중간 점검 조사에서 이들 트램의 비용대비편익(B/C) 값이 0.74 정도로 1보다 낮게 추산됐다. 비용대비편익(B/C) 값이 1보다 높게 나와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울산시는 사업의 경제성 높이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선, 트램 지붕에 전기 배터리 대신 10분 충전에 200㎞를 갈 수 있는 수소 전지를 장착하기로 했다. 이 경우 충전 시간은 반으로 줄고 주행거리는 6배 늘어난다. 트램 차량 수는 18편에서 8편으로 줄였다. 김현철 울산시 광역교통과장은 16일 “경제성을 많이 높였기 때문에 1호선은 올해 상반기 안에 예타를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도 새로운 대중교통 수단으로 트램 도입을 추진 중이다. 창원시는 3억원을 들여 창원 트램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했다. 시는 이 용역을 통해 트램의 경제적 효과 등을 입증할 자료를 준비한 뒤 올 연말 정부에 예타를 신청할 예정이다.

창원시는 3개 노선을 계획 중이다. 1호선은 마산역~봉암교~창원중앙역(15.8㎞), 2호선은 창원역~성주사역~진해역(19.3㎞), 3호선은 월영광장~창원시청~진해구청(33.2㎞)을 잇는다. 3개 노선 총 사업비는 1조1653억원(국비 60%·지방비 40%)으로 추산된다. 김정호 창원시 신교통추진단팀장은 “용역을 통해 경제성, 운영 효과성, 재정 여건 등을 분석해 우선 착공할 노선 하나를 선정할 계획”이라며 “첫 노선은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두 도시가 트램 도입에 적극적인 것은 도시 규모에 비해 대중교통 체계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현재 100만명 넘는 대도시 중 지하철이나 경전철 등이 없는 곳은 울산과 창원이 유일하다. 이동현 울산시 도시광역철도팀장은 “도심 구간에 트램을 개통하면 버스 노선과 연계해 시내 대중교통망을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개편할 수 있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램은 소음, 매연이 없는 친환경 교통수단인 데다 저상버스처럼 바닥 높이가 낮아 노인과 장애인도 편히 탈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영국 런던처럼 도시의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막대한 사업비와 운영비 탓에 트램이 세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부산 오륙도 트램은 2019년 사업비를 계산했을 땐 470억원이었으나 실제 설계를 하자 사업비가 906억원이 돼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또 현재 시내버스 적자도 적지 않은데 트램까지 운영하면 대중교통 적자 규모가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박순철 울산시 교통국장은 “부산의 경우 공사에 방해가 되는 지장물 이설비용 등이 설계 과정에서 대폭 늘어났지만 울산은 조건이 달라 사업비가 늘어날 우려가 없다”며 “울산 트램은 부산, 양산 등 동남권 광역철도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