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뉴스1

쌍방울 그룹의 대북사업을 지원하는 대가로 법인카드 등을 제공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함께 기소된 쌍방울 관계자와 미리 말을 맞춰 검찰 조사에서 허위 진술을 하도록 종용하고, 재판을 받으며 법정에서도 같은 취지의 쪽지를 전달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24일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 부지사의 뇌물수수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한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은 이 전 부지사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부인하다 번복한 사정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방 부회장은 2018년 7월 이씨가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취임한 이후에도 법인카드와 차량을 제공하는 등 약 3억여원의 뇌물과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함께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방 부회장은 “김성태 전 회장이 검거됐을 무렵 이 전 부지사가 법정에서 ‘김 전 회장이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을 20년 전에 만났다’거나 이 전 부지사의 지인 A씨와 관련한 내용 등이 들어있는 쪽지를 전했다”고 말했다. 방 부회장의 진술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아태협이 주관한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앞둔 2018년 10월쯤 이 전 부지사의 소개로 안씨를 처음 알게 됐다.

방 부회장은 “당시 이 전 부지사가 ‘김 회장에게도 전달했으니 잘 기억하라’며 메모지를 주길래 읽고 돌려줬다”며 “내가 쪽지를 받고 다시 넘겨주는 것이 찍혔다면 억울할 것 같아 변호사에게 ‘법정에 CCTV가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을 받다보니 내가 조사받으며 진술한 내용과 검찰이 제시하는 내용이 확 달라 빠져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혐의를 시인하기로 했다”며 “너무 분이 차고 억울해 당시 정황을 모두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방 부회장은 이보다 앞서 이 전 부지사가 검찰에 허위 진술을 하도록 종용했다는 진술도 했다. 그는 “2022년 8월 검찰 조사를 받기 전에 이 전 부지사가 소개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서로 만나 (법인카드를 제공한 경위 등에 대해) 어떻게 진술할 지 계획을 세우고 말을 맞췄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부지사가 ‘나는 A씨가 법인카드나 (쌍방울 직원으로 허위 등재하고) 급여를 받은 것을 전혀 모르겠다고 진술하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방 부회장은 검찰 조사와 재판 초기에는 김 전 회장이 시켜 쌍방울 법인카드를 이 전 부지사의 오랜 지인인 40대 여성 A씨에게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해외에 도피했던 김 전 회장이 국내로 압송된 지난 1월 이후를 전후로 입장을 바꿔 자신이 직접 이 전 부지사에게 전달했다고 이전 진술을 번복했다.

이 같은 방 부회장의 진술에 대해 이 전 부지사는 재판 도중 ‘네’라며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2019년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쌍방울이 대납했다는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언도 나왔다.

검사가 “북한은 500만 불을 요구하다가 최종적으로 300만불을 요구했고, 쌍방울이 돈을 주니 선거가 있는 2020년 초순 이재명의 방북을 초청하기로 했느냐”고 물었고, 방 부회장은 “그렇다. 거의 확답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또 “2019년 말부터 코로나가 창궐하고 2020년초에는 국경을 봉쇄하고 교류가 단절되면서 방북 초청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방 부회장은 지난 재판 중 변호인 신문에서 “북한에 보낸 500만 달러가 경기도가 주기로 했다는 북 스마트팜 사업비가 맞느냐, 쌍방울과 북한의 경제협력의 계약금이 맞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계약금 성질도 같이 있다”고 답한 것을 일부 정정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번에 말한 거(계약금 성격)는 회장과 나의 ‘계약금이면 어떻겠느냐’라는 생각이었을 뿐이지 500만 달러는 대납이 맞다”며 “이화영을 통해 기회가 생겨 대납해주다 보니 막연했던 대북사업의 수준이 높아지는 계기가 돼서 지불한 거지, 아무런 대북 지식 없는 회사가 알아서 사업 계약금으로 500만불을 줄 리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