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의성군 의성읍 청년인큐베이팅 공간에서 한 관람객이 ‘성광성냥공업사’의 마지막 흔적을 담은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권광순 기자

66년 역사를 뒤로 하고 사라지는 경북 의성군 성냥공장의 현장 모습이 사진작품으로 선보인다.

의성군은 8일부터 31일까지 의성군 의성읍 청년인큐베이팅 공간에서 박정일 작가의 ‘성광성냥공업사’전을 연다고 밝혔다.

성광성냥공업사는 한국전쟁 직후 1954년 실향민들에 의해 의성군에 세워진 공장이다. 성광(城光)은 의성을 빛낸다는 의미로 이름 지어졌다. 전성기인 1970년대에는 경상도 전역과 강원도의 동해안 일대까지 퍼졌고, 한때 300명 가까운 종업원에 하루 1만5000 갑을 생산한 곳이다.

박정일 작가가 카메라로 담아낸 의성 '성광성냥공업사' 내부.

하지만 ‘의성의 삼성전자’로 승승장구하던 성광성냥은 1980년대 들어 일회용 가스라이터가 등장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매출부진에 몸부림치다 급기야 2013년 11월 가동을 중단하고 2020년 11월 24일 최종 폐업했다. 우리나라 마지막 성냥공장이 문을 닫은 것이다.

이번 전시는 폐업한 공장 내부를 사진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녹슨 기계와 찌그러진 양철 대문, 멈춰버린 벽시계, 성냥의 재료로 사용했을 굳어져버린 화학약품, 공장 시멘트 바닥에 비집고 자란 알 수 없는 들풀 등 공간의 시간과 빛을 온기가 스민 사진으로 담아냈다.

박정일 작가가 카메라에 담아낸 의성 '성광성냥공업사' 내부.

박정일 작가는 “폐업과 함께 적막한 장소로 변한 성냥공장을 절망과 끝이 아닌 새로운 도약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했다”며 “작품을 통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한 시대의 흔적을 기록하고 생성과 소멸의 순환성이 하나의 연결된 선상에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부산 사하구의 홍티마을, 경주 천북의 한센인 마을, 대전의 근대문화유산인 철도관사마을 등 도시재생으로 사라지는 마을이나 근대문화유산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박정일 작가가 카메라로 담은 '성광성냥공업사' 전경.

성광성냥공업사는 현재 경북도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돼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다. 의성군은 178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군민의 추억을 간직한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한국 산업사에서 한 축을 담당했던 성광 성냥공장을 경제적 실리로만 바라보는 평가보다 지역의 근현대 문화를 되돌아볼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차별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