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인 6일 울산 울주군 두동면 충효정(忠孝亭)에서 ‘울산 호국 영웅 4형제’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추모제가 열렸다. ‘4형제’는 고(故) 이재양·류분기 부부의 여섯 자녀 중 장남 이민건 육군 하사, 차남 이태건 육군 상병, 삼남 이영건 육군 상병, 막내 이승건 해병 중사다. 이들은 6·25전쟁 또는 베트남전에서 전사했다. 울산보훈지청에 따르면, 형제 네 명이 국가유공자인 경우는 이들이 유일하다.
4형제는 울산 남구 신정동에서 태어났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그해 8월 장남과 차남, 삼남은 육군에 입대했다. 당시 그들의 나이는 각각 28·25·22세였다. 장남과 차남은 1951년 강원도 금화지구와 철원지구 전투에서 각각 전사했다. 동반 입대한 삼남은 숨진 시기와 장소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전사자로 기록됐다. 아들 셋을 모두 잃은 부친 이씨는 슬픔에 잠겨 지내다가 1959년 세상을 떠났다.
막내 이 중사는 형들의 순국(殉國)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1964년 3월 “형님 셋이 나라를 위해 싸웠는데 나도 뭔가 해야 할 것 같다”며 해병에 자원 입대했다. 그는 청룡부대에 배속돼 베트남전에 파병됐다가 1967년 꽝나이지구 전투에서 전사했다. 막내아들까지 전쟁터에서 잃자 어머니 류씨도 세상을 떠났다. 정부는 4형제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1971년 6월 25일 어머니 류씨에게 보국훈장 천수장을 수여했다.
4형제의 희생은 2005년 6월 17일 추모사업회가 설립되면서 대중에 알려졌다. 2007년 울산시와 울주군은 4형제를 위한 충효정을 지었고 2016년에는 창작 뮤지컬이 만들어졌다. 울주군 선바위에서 충효정까지 ‘호국 4형제로’란 이름의 도로도 생겼다. 울산 지역 학교에서 쓰이는 교과서에 4형제 이야기가 실렸으며 군부대 신병 교육 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날 추모제에서 국방부는 장남 고(故) 이민건 하사의 아들 이준길씨에게 아버지가 받기로 돼 있던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했다. 6·25전쟁 당시 훈장 수여가 결정됐지만 그동안 유족에게 전달되지 못했다고 한다. 추모제엔 김두겸 울산시장, 이순걸 울주군수, 국가유공자 등 4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