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경기도 판교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을 대상으로 ‘2023 제주 워케이션 설명회 판교’가 열렸다.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병행하는 ‘워케이션’을 유치하기 위한 첫 공식 행사였다. 이날 설명회에는 총 33기업 80여 명이 참석해 제주의 워케이션 기반 시설과 지원책 등에 대해 질문을 이어가며 관심을 보였다. 이 설명회는 50여 회사가 참가를 신청, 조기에 접수가 마감됐다.

창밖엔 바다… 제주도 공공오피스에서 일하는 직원들 - 제주도가 서귀포시 혁신도시 내 복합혁신센터 2층에 처음으로 조성한 워케이션 공공오피스. 작년 10월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들이 빈백에 기대 앉아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창밖에는 저 멀리 바다가 펼쳐져 있다. /제주도

이날 설명회에서는 워케이션에 성공한 사례도 소개했다. 수도권에 있는 한 온라인 게임 개발 회사는 지난해 9월 제주 서귀포시 서호동 혁신도시에 조성된 공공 공유 오피스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6주 동안 워케이션을 진행했다. 60여 명이 3조로 나뉘어 2주씩 머물렀다고 한다. 낮에는 공유 오피스에서 업무를 보고 퇴근 후 저녁엔 바닷가나 숲길을 산책했고, 휴일에는 스킨스쿠버와 한라산·오름 등반 등 개인 취향에 따라 휴일을 즐겼다. 참여한 직원들은 “건물로 둘러싸인 일터가 아닌 바다와 산을 보면서 일하니 쉬는 시간은 물론 일하는 시간도 즐거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런 호응에 이 회사는 본사를 아예 제주로 옮기기로 하고 제주도와 업무 협약을 맺었고, 현재 본사를 새로 지을 터를 알아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명동 제주도 경제활력국장은 “설명회가 끝난 뒤에도 참여 기업과 제주 지역 민간 워케이션 시설 관계자, 제주도와 1대1 상담이 진행될 정도로 워케에션에 대한 기업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워케이션’은 휴가지에서 낮에는 일하고 퇴근 후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업무 방식이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ICT 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워케이션 시행 기업들은 적절한 휴식을 통해 직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이끌어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반영해 직원 복지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경북, 한옥 활용 워케이션 - 경북 문경시 산양면에 있는 카페 ‘화수헌’. 경북형 워케이션 프로그램에서 공유 오피스로 쓰일 예정이다. /경북도

워케이션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워케이션 활용 국내 관광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워케이션 도입으로 발생할 경제적 효과는 직접 지출액 약 3500억원에 고용 유발 효과 약 2만7000명, 생산 유발 효과 약 4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 곳곳에서 ‘워케이션’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선발 주자인 제주도는 청정 자연환경을 앞세워 워케이션 최적지라고 내세우고 있다. ‘발품’을 크게 팔지 않더라도 ‘퇴근’과 동시에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산과 바다, 올레길, 관광지, 레저 시설 등 인프라가 완성돼 있어 ‘일과 쉼’이라는 워케이션에 적격이라는 것이다.

제주시 구좌읍 세화마을협동조합과 제주관광공사가 협업해 마을회관을 고쳐 2021년 8월 조성한 공유 오피스 ‘질그랭이’(’느긋하게 지긋이’를 의미하는 제주 사투리)는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양군모 세화마을협동조합 PD는 “올해 들어 개인적으로 찾아오는 고객이 하루 평균 5명 정도이고, 기업들이 단체로 예약한 인원도 1000여 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작년 8월 서귀포 혁신도시 내 복합혁신센터 2층에 워케이션 공공 오피스를 마련했다. 330㎡ 규모로 세 사무실과 화상 회의실, 야외 테라스 등을 갖추고 시범 운영 5개월간 51기업, 192명이 이용했다. 제주도는 또 제주시 원도심에 공공 오피스를 오는 9월 추가로 연다. 400㎡ 공간에 독립된 사무실과 화상 회의실 등을 갖춘다.

부산시는 인구 감소가 우려되는 구(舊) 도심을 워케이션으로 인구 유입을 노리고 있다. 부산 워케이션 업무 공간은 거점 센터 2곳과 위성 센터 10여곳, 부산 전역 100여 곳에 위치한 파트너 센터가 담당한다. 이용자에겐 숙박 시 1인당 하루 5만원, 최고 50만원의 숙박 바우처를 제공하고, 기념품으로 ‘웰컴 키트(노트북 거치대, 텀블러, 보조 배터리 등)’도 준다. 또 부산에서 휴양을 즐길 수 있는 5만원 상당 관광 바우처도 주고 있다.

강원도는 수도권과 가깝다는 게 가장 큰 장점. 강원도는 2021년 평창군·고성군 2곳에서 공식 워케이션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기업과 상담하는 ‘워케이션 데이’를 열고 기업 7곳과 워케이션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올해는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양양과 인제, 속초, 춘천 등 8곳으로 확대하고, 체험형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경북도와 충남도도 숙박과 연계한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속속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