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 /조선DB

교통사고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피해자의 가족(후견인)이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 표시를 했더라도, 이는 피해자의 의사 표시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소송에 효력을 미치지 못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성흠)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공소기각됐던 A(62)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단독재판부로 되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1년 4월16일 오후 2시50분쯤 광주광역시 광산구 한 이면도로에서 1t 트럭을 운전하다 행인 B(여·85)씨를 들이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중상을 입고 의식을 잃은 B씨는 대학병원 등을 거친 뒤 ‘식물인간 상태’ ‘난치·불치’ 등 진단을 받았다. 이에 따라 피해자의 아들 C씨는 2021년 10월 피해자의 성년후견인이 됐다.

A씨는 1심 과정에서 C씨로부터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1억원을 지급받았다. 가해자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서를 받았다.

이 합의서가 제출되자,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가 ‘반의사불벌죄’(가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죄가 되지 않음)에 해당하는 점을 토대로 공소를 기각했다. A씨는 처벌을 받지 않게 됐고, 선고 이후 B씨는 숨졌다.

검찰은 1심의 공소기각에 불복, 항소했다. 검찰은 당시 “피해자는 사고 직후 의식을 잃어 아무런 의사표시를 할 수 없었고, 형사소송법 상 성년후견인이 피해자를 대리하거나 독립적인 의사를 표시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던 이상 반의사불벌죄에 있어 처벌 희망 여부에 관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아들(후견인)이 피해자를 대신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1심의 공소기각 판결은 법률에 위반되고, 피해자 사망에 따른 공소장 변경으로 직권파기 사유도 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인 광주지법 단독재판부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