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군은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수백억원대 빚을 떠안을 위기에 놓였다. 문준희 전임 군수 시절 추진한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조성 사업 시행사 대표가 사업비 250억원을 들고 잠적했기 때문이다.

합천군은 2021년 9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용주면에 있는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연면적 1만4000㎡(약 4235평) 땅에 호텔을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지상 7층, 객실 200개 규모의 4성급 호텔을 지을 계획이었다. 군이 부지를 무상 제공하고 시행사는 호텔을 지어 군에 기부채납한 뒤 20년간 운영권을 갖는 조건으로 민간 시행사와 계약을 맺었다.

총 사업비 590억원이 투입되는데, 40억원은 시행사가 부담했고, 나머지 550억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대출받아 마련했다. 작년 9월 착공식도 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시행사 대표가 대출금 250여 억원을 챙겨 잠적했다. 결국 합천군은 사업을 포기했다.

다만 군은 계약에 따라 1년 안에 대체 사업자를 정해 대출 약정 권리·의무를 이어받게 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금융기관에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일종의 채무 보증을 선 셈이다. 합천군은 대출금 250여 억원과 하루 648만원의 이자를 혈세로 물어야 할 처지다. 군 관계자는 “시행사 대표 등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발하고, 금융기관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비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합천군 인구는 4만1700여 명, 재정자립도는 8.11%로 전국 최하위권에 속한다.

경북 예천군은 예천 출신인 현대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 미술관을 추진했다. 2020년 8월 박 화백 측과 업무협약을 맺고 예천읍 남산공원 내 7만1700㎡ 부지에 연면적 4832㎡,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지으려고 했다. 2025년 7월 개관을 목표로 사업비만 25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예천군은 남산공원에 있던 체육시설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남산공원 주변 땅도 일부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군청 내 미술관 건립 TF를 만들어 공무원과 학예사 등을 배치했다. 4000만원을 들여 기본 용역도 실시했다. 이렇게 들어간 돈만 수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설계 단계에서 걸렸다. 박 화백은 세계적인 건축가인 페터 춤토어가 설계하기를 원했는데, 군의 설계비는 최대 12억원이 책정돼 있어 현실적으로 역부족이었다. 또 공공건축물은 공모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페터 춤토어가 공모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정작 ‘박서보 미술관’은 지난 3월 제주도에서 착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