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바뀌는 게 싫으니 선생님 임신은 내년에 하세요.”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신입 교사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울산교사노조가 지역 교사들의 교권 침해 사례를 모은 결과 이틀 동안 200여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노조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조합원들을 상대로 ‘교권 침해 사례 실태 조사’를 한 결과 202건의 사례가 접수됐다.
초등학교가 168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교 15건, 특수학교 9건, 고등학교 7건, 유치원 2건 순이었다.
교권 침해 유형으로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나 부당한 민원’(40%)이 가장 많았다. 이어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불응, 무시, 반항’(33%)이 뒤를 이었다.
‘학생의 폭언, 폭행’(17%)이나 ‘학부모의 폭언, 폭행’(10%)도 있었으며, 단순한 교육활동 침해가 아닌 교사의 인격을 모독하는 심각한 내용도 많았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주요 사례로 학부모가 새벽 2시에 술에 취해 전화해 고함 지른 사례, 자녀의 행동에 대해 매일 문자로 보고하라고 한 사례, 아동학대를 신고한 교사에게 밤낮으로 전화해 협박성 발언을 한 사례 등이 있었다.
심지어 학부모가 임신한 담임 교사에게 “담임을 왜 맡았나”며 면박을 준 사례나 아이의 담임이 바뀌는 게 싫다며 교사에게 “임신은 내년에 하라”고 언급한 사례도 있었다.
학생이 교사 얼굴에 가래침을 뱉은 사례, 주먹질과 욕설을 한 사례, 수업 시간에 교사에게 성희롱성 발언이나 행동을 한 사례도 공개됐다.
노조는 “교실 붕괴라는 단어가 회자한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교권 침해가 교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학부모의 모든 민원을 교사 개인이 감당하고 있어 근무 시간이 아닌 때에도 사생활을 침해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이제는 학부모가 교사의 개인 전화로 연락하지 않도록 학교에 통합민원 창구를 만들어 학생 교육과 관련한 중요한 내용만 담당 교사에게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 범죄가 되지 않도록 아동학대 관련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며 “아무 권한이 없는 교사를 학교폭력 조사 업무에서 제외하고, 수사권이 있는 경찰이 책임지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울산교사노조 박광식 위원장은 “이번 설문을 통해 교사들이 겪는 각종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 아동학대 위협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며 “교육활동 뿐 아니라 교사도 보호해 교육이 바로 설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