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릉군이 운영하는 한 해수풀장에서 놀던 초등학생이 물을 빼내는 취수구에 팔이 끼는 바람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2일 경찰과 울릉군 등에 따르면 1일 오전 11시 4분쯤 울릉군 북면의 한 해수풀장에서 초등학교 6학년 이모(12)군이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9구조대가 현장에 출동했을 땐 이군은 취수구에 왼쪽 팔이 어깨까지 끼여 있었고, 머리가 물속에 잠긴 상태였다. 이 사고로 이군은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이 풀장에 안전요원은 따로 배치돼 있지 않았다.
사고는 원형풀장 가운데 미끄럼틀 등 물놀이 시설 아래에서 발생했다. 이곳에는 물을 워터버킷으로 끌어올리는 취수구와 펌프 등이 설치돼 있다.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는 취수구 주변에는 관리자가 드나들 수 있는 출입문이 있지만 사고 당시 출입문은 잠겨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울릉군이 운영하는 이 풀장은 2015년 개장했다. 취수구를 통해 빠져나간 바닷물이 순환펌프를 경유해 다시 분수로 유입시키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면적 370㎡(112평)에 지름 약 19m인 풀장은 수심이 37㎝로 얕아 유아나 어린이 전용 풀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군의 팔이 빨려 들어간 취수구 지름은 약 13cm. 하지만 경찰은 물이 빠져 나가면서 생기는 강한 수압 때문에 끼인 팔을 빼낼 수 없어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울릉군 관계자는 “팔이 취수구를 막는 역할을 해 해수가 빠지지 못하고 바닷물이 원래 수심보다 더 차올라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북경찰청은 광역수사대를 울릉도에 보내 사고 당시 취수구 출입문이 열려 있었던 점 등 안전관리 소홀한 사항이 더 있는지 시설 관계자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울릉 해수풀장 익사 사고로 취수구 안전망 설치 등 안전 대책을 의무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공중위생관리법에는 사업자에 대한 안전 책임 의무를 다해야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순환 배수구에 대한 관리 지침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이 2006년 전국 118개 대중목욕탕의 순환 배수구를 조사한 결과, 배수구 압력이 너무 강해 어린이의 손 등이 빨려 들어갈 경우 익사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한국소비자원은 배수구 안전망 설치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보건복지부에 건의했지만 현재까지 반영된 것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종종 일어나는 취수구나 배수구 인명 사고는 구조의 문제다”며 “배수구 안전망 설치나 배수구 직경, 수량 규제 등 구조를 바꿔야 불미스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