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청소년 스카우트들의 축제인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1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개막했다. 세계 곳곳에서 온 참가자들이 야영장에 텐트를 친 뒤 어깨동무를 하며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뉴시스

1일 오후 2시 전북 부안군 새만금 잼버리장. 세계 각국에서 온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 4만3000여 명이 2인 1조로 텐트를 치고 있었다. 이날 낮 기온은 섭씨 32도. 무더위 속에서도 대원들은 서로 도와가며 뚝딱 텐트를 세웠다. 드넓은 새만금이 금세 분홍색, 하늘색 텐트촌이 됐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리스키(17)군은 “열두 살 때부터 세계 잼버리에 참가하고 있다”며 “새만금에서 한국 친구도 많이 사귀고 ‘K컬처(문화)’도 체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 세계 청소년들의 축제인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1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막을 올렸다.

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청소년 야영 대회다. 우리나라는 32년 전인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처음 잼버리를 개최해 이번이 두 번째 개최다. 잼버리를 두 번 이상 개최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6국뿐이다.

◇역대 최대 잼버리... 여의도 3배 규모

‘너의 꿈을 펼쳐라(Draw your dream)’를 주제로 한 이번 새만금 잼버리는 12일까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세계 158국에서 역대 대회 중 가장 많은 4만3000여 청소년이 참가한다. 야영장 면적도 8.84㎢로 역대 대회 중 가장 넓다. 텐트는 총 2만5000동(棟)이나 된다.

그래픽=김하경

대원 4만3000여 명에 지도자, 진행 요원 1만명 등을 더하면 야영장을 오가는 유동 인구는 7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잼버리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새만금에 거대한 ‘텐트 도시’가 새로 들어서는 셈”이라고 했다.

대회를 앞두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난달 중순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야영장 터가 물바다로 변했다. 텐트를 쳐야 할 땅에 발목까지 물이 찼다. 펄을 메워 만든 땅이라 배수도 더뎠다. 비상이 걸린 조직위는 펌프 100대 등을 동원해 배수 작업을 벌였다. 조직위 집행위원장인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이번 잼버리는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에서 개최하는 가장 큰 국제 행사”라며 “반드시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배수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폭염에 대회 첫날 온열 환자 10명

조직위는 이번에 폭염, 폭우 등 날씨와 안전사고 대비를 최우선으로 했다고 밝혔다. 대원들이 온열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길이 7.4㎞ 덩굴 터널을 만들었다. 한낮에 쉴 수 있는 그늘 쉼터도 1720곳 만들었다. 물안개를 내뿜는 시설도 57곳에 설치했다. 야외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폭염이 오면 피할 수 있는 대피소도 6곳 마련했다.

폭우가 쏟아지면 비상 수송 버스를 동원해 근처 학교, 체육관 등 342곳으로 대원들을 대피시키기로 했다.

의료 시스템도 갖췄다. 의료진 170여 명이 부지 안에 있는 잼버리 병원 등에서 경증 환자를 치료한다. 중증·응급 환자는 전북 지역 대형 병원 5곳으로 이송해 치료한다. 코로나 등 감염병에 대비해 임시 선별 진료소도 운영한다.

잼버리 기간 경찰, 소방과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는 24시간 종합 상황실을 운영한다. 잼버리 공동 조직위원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의료 센터와 경찰서, 소방서를 유기적으로 운영해 세계에서 온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회 첫날인 1일부터 폭염으로 비상이 걸렸다.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야영장에서 총 10명의 온열 환자가 발생했다.

◇K팝 콘서트, 템플 스테이… 한국 알리는 프로그램 174건

조직위원회는 새만금을 찾는 청소년들을 위해 체험 프로그램을 174건 준비했다. 아영장에서는 불 피우기, 뗏목 만들기 등 생존 프로그램과 한국 전통 문화 체험, K팝 댄스, 달고나 만들기 등을 운영한다. 다른 잼버리 대회와 달리 야영지 밖에서 진행하는 영외 프로그램도 31가지 있다. 전북 14시·군에서 고군산군도 섬 트레킹, 익산 왕궁리 유적지 야행, 고창 선운사 템플스테이, 완주 ‘BTS길’ 방문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이번 잼버리가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영식은 2일 오후 8시에 열린다. 개영식의 하이라이트는 드론 500대가 펼치는 ‘드론 라이트쇼’다. 스카우트 대원들로 구성한 드림 오케스트라단 공연도 펼쳐진다. 대형 모니터를 통해 전 세계 대원들이 실시간으로 협연한다. 개영식에는 영국의 생존 전문가 베어 그릴스가 참석한다.

6일에는 세계 각국 전통 공연, 공군 특수 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에어쇼, 특수부대의 고공 낙하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이날 K팝 콘서트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