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에 보이는 애들 싹 다 데리고 와. 수단과 방법 가리지 말고 뽑아보자”
지난 5월 전국 11곳에서 청소년들이 즐겨찾는 놀이기구인 ‘디스코팡팡’을 운영하는 총괄업주 A씨는 수원역 디스코팡팡을 관리하는 실장에게 지시를 했다. 부천권 실장에게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재탕해라. 할당량을 못 채우면 깡패 동원해 죽인다”고 엄포를 놓았다.
추억의 놀이기구인 디스코팡팡이 청소년들을 꼬여내 성매매, 성폭행, 마약 등의 범행 수단으로 악용하는 범죄의 온상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여학생에게 성매매를 시킨다”는 112 신고를 접수하고 약 6개월 동안 수사를 거쳐 디스코팡팡 관련자들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3일 수원, 부천, 화성, 서울 등 전국 11개 지역에서 디스코팡팡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총괄업주 A(45)씨에 대해 ‘상습 공갈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그동안 수사를 거쳐 수원역 디스코팡팡 관련자만 모두 25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12명을 공갈, 성매매 강요, 성폭행, 마약 흡입·소지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작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디스코팡팡 실장, 직원 등에게 청소년 이용객의 대금을 갈취하도록 교사하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실장에게 “하루에 (탑승권) 200장씩은 뽑아낼 수 있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라”, “길바닥에 순진한 애들 돌아다니니까 무조건 다 데리고 오라”는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청소년 이용객을 끌어들여 한번에 4000원인 탑승권을 대량으로 사도록 유인했다. 입장권 구입 금액에 따라 ‘DJ와 데이트 1회권’, ‘원하는 DJ와 식사권’. ‘회식 참여권’ 등의 이벤트성 상품을 만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디스코팡팡을 찾는 청소년 사이에서 DJ를 모르면 왕따를 당했고, DJ와의 데이트나 회식에 참석하면 부러움을 받는 등 DJ 들은 연예인 같은 존재로 부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된 수원역 디스코팡팡 관련자 25명 가운데 직원은 16명이었다. 이들은 돈이 없는 청소년에게는 외상으로 입장권을 우선 판매하고 갚지 못하면 성매매를 시켜 대금을 갈취했다. 또 거부하는 경우 폭행·협박·감금 등을 자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DJ 등 직원들이 단골인 청소년을 모텔 등지에서 성폭행한 경우도 있었다. 성매매 상대 남성, 불법 동영상을 촬영해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사람, 직원과 액상 마약을 흡입한 단골손님 등 외부인 9명도 함께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성매매 강요, 성폭행 등 피해를 당했다고 진술한 청소년만 20명을 넘었다. 1년 동안 1000만원을 지출했다고 진술한 청소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해 청소년 대부분이 오랜 기간 이들의 회유·협박·폭행으로 가스라이팅을 당해 오히려 “우리 오빠 좋은 사람인데 경찰이 왜 잡아가느냐”며 진술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A씨가 운영하는 부천, 화성, 성남, 의정부, 서울(영등포), 천안, 부산, 대구, 전주, 대전 등 다른 지역의 매장도 수원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피해 청소년에 대해 성매매 상담센터에 연계해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성매매나 성폭행 피해 과정에서 불법 촬영된 영상물에 대해서는 차단 조치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디스코팡팡은 관광진흥법의 일반유원시설업이어서 청소년유해업소나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취업제한대상 시설에서 제외돼 청소년의 일탈이나 청소년 대상 범죄에 상시 노출되는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지자체의 인허가 및 지도·점검 개선, 청소년 출입시간 제한, 취업제한대상 추가 등의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유관기관에 정책 건의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