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안동댐이 축조된 곳에서 배로 48km 떨어진 도산면 서부리 선성수상길 일대가 초록색 물감을 푼 것처럼 녹조로 뒤덮여 있다. /권광순 기자

폭우와 태풍에 이은 지속된 폭염으로 안동댐 전역에 심각한 녹조가 발생하자 한국수자원공사가 댐 축조 이래 처음으로 녹조제거선(船)을 동원해 대응에 나섰다.

지난 25일 오전 온통 초록으로 변한 안동호 상류 도산면 서부리 선성수상길 일대. 긴급 투입된 35t급 대형 선박 2대가 ‘윙~윙’ 기계음과 함께 쉼 없이 녹조를 빨아들이고 걸러내기를 반복했다. 녹색이던 물은 걸러진 즉시 투명한 물로 배 밖으로 배출됐다.

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 관계자는 “1시간당 200t씩 원수를 정화할 수 있는 녹조제거선 2대가 하루 처리할 수 있는 물의 양은 8시간 기준 3200t, 녹조 4t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안동호 상류 도산면 서부리 선성수상길 인근에서 수자원공사가 투입한 녹조제거선 2대가 활동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

수자원공사는 녹조 성장을 막는 녹조 퇴치 밭과 수차, 자율주행로봇까지 녹조 저감 수단을 모두 동원해 수질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녹조가 가장 심한 도산서원에서 주진교까지 14km 구간에 짙게 발생한 녹조를 집중 제거하기로 했다. 이어 주진교에서 안동댐까지 녹조 제거 구간을 확대할 계획이다.

안동호 전역(52k㎡)에 녹조가 관측된 건 1976년 댐 축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1일 예안교 일대에서 측정된 유해 남조류 세포 수는 조류경보 ‘경계’ 수준인 ㎖당 8만1000여 개로 한 달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수심이 비교적 얕은 호수 상류뿐만 아니라 안동댐과 가까운 곳도 유해 남조류 세포 수는 ㎖당 1만4000여 개로 나타났다.

안동호 녹조제거선이 처리한 농축수와 원수, 배출수의 농도 차이. 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

수자원공사 측은 올해 이례적인 녹조에 대해 이상 기후 때문으로 보고 있다. 안동권지사 관계자는 “1년 동안 내릴 비가 7월 한 달에 집중되면서 호수로 유입된 축산 분뇨, 고사목, 생활 쓰레기 양만 4만5000여㎥에 달했다”면서 “여기에다 태풍 ‘카눈’ 이후 수온이 30도 이상 오르는 지속된 폭염이 남조류가 급증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폭우·폭염 등 이상기후로 녹조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치권도 나서 안동댐 오염물질 차단 등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지난 26일 안동호 녹조 제거 현장을 찾은 권기창 안동시장은 “매년 심각해지는 녹조 등 하천 오염원의 근본적 해결과 실효성 있는 대처를 위해 국가 차원의 하천 연구센터의 유치를 통한 현장 중심의 해결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 김형동 국회의원(안동·예천)은 “가축분뇨 퇴비화, 퇴적토 제거 등 다방면의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근본적인 오염원 저감을 위한 ‘먹는 물 클러스터’를 구축해 낙동강 유역 1300만 영남인의 안전한 식수 공급을 위한 보루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