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대비하라”는 내용의 육성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전달한 경북 고령군수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 위반으로 경고를 받아 논란이다.
27일 고령군 등에 따르면 이남철 군수는 지난 9일 고령 지역 새마을지도자와 이장, 마을 노인회장 등 500여 명에게 ARS(자동응답) 전화를 걸어 “태풍에 잘 대비해 달라”는 육성 메시지를 전했다. 48초 분량의 이 메시지는 “고령 군수 이남철입니다”로 시작해 “태풍이 지나간다고 하니 산사태 우려 지역, 농·배수로 등을 살펴보며 잘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한 주민이 “군수가 자기 이름과 직책을 밝히면서 전화해도 되느냐”며 선관위에 신고해 선관위가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경북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에 ‘지방자치단체장은 소관 사무나 그 밖의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방송·신문·잡지나 그 밖의 광고에 출연할 수 없다’는 조항(86조 7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무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최근 이 군수에게 선거법 위반 사실을 알리고 “공직선거법을 준수하라”고 경고했다. 경북선관위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문의가 많아 중앙선관위 검토를 거쳐 위법으로 판단했다”며 “사안은 경미하지만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 조치를 한 것”이라고 했다.
고령군 측은 “선관위의 그때그때 달라지는 법 해석에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고령군 관계자는 “지난 6월 선관위에 ‘군수 취임 1주년을 맞아 군수 육성으로 전화 인사를 해도 되느냐’고 질의했을 때는 가능하다고 했다”며 “재난에 대비하라는 안내가 법 위반이라고 하니 황당하다”고 했다. 이남철 군수는 ”문자를 잘 볼 줄 모를 만큼 연세 많은 어르신들에게 잘 전달되는 방법을 찾아 재난 대비 안내를 한 것인데 이런 논란이 있어 아쉽다”고 했다.